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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인터뷰

올라웍스 창업자 류중희 동문

최근 들어 한국 벤처시장에 뛰어난 기술력을 경쟁력으로 삼는 하이테크 벤처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하이테크 벤처는 매우 전문화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경쟁사가 적고 비교적 성공 확률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영상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세워진 올라웍스가 한국 최초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에 M&A(Merges & Acquisitions)되는 일이 있었다. 이번 EE Newsletter 봄호에서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벤처 성공신화를 이끌어낸 올라웍스의 창업자 류중희 박사를 취재하여 벤처기업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류중희입니다. 학, 석, 박사 학위를 모두 KAIST에서 받고 졸업 후 올라웍스를 창업하였습니다. 올라웍스의 대표이사와 부사장을 지내며 얼굴인식 솔루션을 바탕으로 한 영상인식 기술을 개발하였고, 인텔에 M&A 된 후에는 인텔에서 상무를 맡고 있습니다. 또한 KAIST 문화기술대학원과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Q. 올라웍스를 창업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A. 흔히들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표현합니다. 저는 이 정보의 바다가 항상 컴퓨터 속에만 들어있는 것이 재미없고 제한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진짜 세상, 즉 현실 속에서 이러한 정보들이 왔다 갔다 하면 훨씬 재미있고 직관적이겠죠.

그래서 저의 생각을 실제로 어떻게 상품으로 구현해낼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회사에 취직하여 이를 이루어내기에는 제 적성에도 맞지 않고 다소 힘들 것 같아,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회사를 제가 직접 창업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라웍스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흔히 벤처시장은 리스크가 매우 큰 곳이라 알려져 있는데, 굳이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저는 벤처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KAIST 학생들이 선택하는 진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기업의 연구원으로 취직하는 것과 비교해봅시다. 먼저 대기업에 연구원으로 취직한다고 그 회사가 평생직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정년퇴직을 해야하고 아니면 그 전에 특별한 이유로 해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취직한 회사는 나의 회사가 아닌 남의 회사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나 연구를 해야 할 때가 많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죠. 저는 이러한 리스크가 벤처시장에 잠재된 리스크보다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20대 혹은 30대에는 정신력도 있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감도 적습니다. 그래서 이 때 창업을 하면서 짊어져야 할 짐이, 말하자면 스트레스가, 50대나 60대 때 취직한 회사에서 쫓겨나 겪어야 할 스트레스보다 훨씬 더 가볍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시라도 빨리 젊을 때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한 길인 것 같습니다.

Q. 한국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인텔에 M&A되었는데 그만한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었던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A.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남들보다 먼저, 좀 더 멀리 미래를 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보통 1년에서 2년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를 바라보는 반면, 저는 창업할 때 적어도 3년에서 5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세상이 올지를 바라보았습니다.

올라웍스를 창업하기 전인 2006년에는 아직 아이패드나 갤럭시 탭과 같은 스마트 패드는커녕 스마트폰 조차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넷북이나 피쳐폰과 같은 것들만이 한창 유행하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모바일 디바이스들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급변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에는 카메라와 같은 센서가 있는데 이러한 센서들이 단순히 사진 찍는 용도만으로 쓰이진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이러한 센서들은 사람의 시각 즉, 눈에 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대부분 시각정보이고 이 정보를 처리하는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센서가 필요하겠죠. 이러한 센서를 필요로 하는 강력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시대가 당장 오진 않더라도, 우리가 선점을 하여 연구개발을 하고, 특허를 내어 제품을 만들면 나중에 이를 필요로 하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등장했을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비전을 가지고 제품개발에 몰두하였습니다. 그리고 5년 정도 후의 세상은 정말 제가 예측한 그대로의 모습이었고 올라웍스가 개발한 제품은 아주 주요한 상품이 되어있었습니다.

인텔이나 구글, 어떤 회사든 타임머신을 만들 수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이 등한시하거나 중점에 두지 않았던 분야에 먼저 성공한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를 사거나 제휴를 맺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해내어 그것을 실제로 실현해낸 것이 올라웍스만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한국 벤처시장의 전망과 앞으로 세계 벤처시장에서 한국의 위치에 대해 생각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A.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자면, 세계적으로 한국 IT 업계의 이미지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라는 대기업이 있죠. 우리가 일본산 제품이라 하면 생각나는 기업이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외국에서 삼성이라고 하면 이게 일본 브랜드인지 한국 브랜드인지 헷갈릴 것이다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일반 소비자들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기술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인프라는 매우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술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관련 업계에서 한국의 모바일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높고 대외적인 이미지도 굉장히 좋죠.

그런데 실제로 창업을 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화하여 결과를 내는 환경으로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한국의 벤처시장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왜냐하면 안 해본 일을 하는 것이거든요. 창업을 하거나 특허를 내거나 모두 전통적으로 대한민국이 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거에요. 예를 들어 M&A만 놓고 보면, 회사를 사고 파는 것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좋게 보지 않습니다. 잘 모르는 거죠. 가령 삼성전자가 올라웍스를 인수했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거래가 매우 긍정적인 거래였다고 해도 사람들의 눈에는 긍정적으로만 보이지 않고 대기업이 다른 기업을 잡아먹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왜곡되어있기 때문에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걸 부자연스럽게 보는 시각이 생기는 것이죠.

하지만 좋은 소식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맨몸으로 뚫고 창업을 하고 결과를 내신 수많은 선배님들이 자신이 번 돈을 이 시장에 재투자하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척박한 환경을 먼저 경험하신 1, 2세대 선배님들이 보다 덜 척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고 결국 이러한 노력이 빠른 시일 내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Q. 1999년 SBS인기 드라마 KAIST에서 주연으로 연기하셨는데, 이 경험이 후의 직장생활이나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A.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드라마에 출연하여 연기를 하는 일이나 창업을 해서 사업을 하는 일이나 혹은 전자과에서 논문을 써서 저널에 내는 일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그냥 그 세 가지 일을 하는 주체가 제 자신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뿐이죠. 그래서 저는 공학자나 기업가가 연기를 했다고 해서 이 길을 가는 사람이 뭐 이상한 것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자과 박사과정 학생이 연기를 할 확률은 매우 낮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두 일이 전혀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KAIST 학생이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고 합시다. KAIST 학생이니깐 당연히 수업을 듣고 공부도 하겠죠. 그런데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한 덕에 몸이 건강해져서 공부를 하는 데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한 무언가 한 가지에만 집중하여 열심히 할 때에는 지치기도 하고 힘들지만 다른 것을 같이 하게 되면 한가지에만 집중할 때보다 덜 피로해지는 것이죠. 공부를 하는 인생과 운동을 하는 인생은 완전 다른 인생이지만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연기를 했던 경험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특별히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었다기 보다는 그 후의 제 인생 전체에 걸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연기를 했던 일은 저에게 있어 큰 영감을 주었고 아주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Q. 벤처 시장에서 성공한 선배로서, 앞으로 벤처시장으로 진출하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A.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돈을 벌고 경험을 쌓고 혹,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이 미래의 자신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그래서 벤처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이 그 시장에서 최소한 어느 한가지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걸 하면 절대로 망할 수가 없어’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뛰어들어야겠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은 절대로 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드물지도 않죠. 이러한 경우에도 실패를 원망하지 말고 내가 가진 무언가가 왜 실패했는지를 알아내고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류중희 박사님께 감사 드립니다.

김현욱 기자 / loswensiana@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