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으로 대표되는 특허전쟁시대를 맞아 지식재산권 업무를 다루는 변리사 업계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경제 전문지에 따르면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과 로펌에서 변리사 인력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전기 및 전자공학과 전공 변리사의 인력난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번 EE Newsletter 겨울호에서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변리사를 하고 있는 김영길 특허 법률사무소의 김영길 변리사를 취재하여 변리사로서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12회 졸업생 김영길입니다. KAIST 졸업 후 원자력연구소의 제어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원자력연구소에서 3년 근무를 마친 후 공무원으로서 특허청으로 발령받아 심사업무로 8년 동안 근무했습니다. 그 후 김&장 법률사무소로 옮겨 변리사로서 활동했고, 이후에 개인사무소를 차려 지금까지 계속 변리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Q. 변리사는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A. 예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요새 특허전쟁시대를 맞아 꽤 알려진 직업입니다. 문자 그대로 발명자들을 도와서 발명품을 권리화 시켜주는 업무를 하는 사람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아이디어로 발명한 것을 다른 이들이 모방하지 못하도록 해주는 직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반인들은 작성하지 못하는 특허 출원서를 작성하여 권리를 보호해 주는 일을 합니다.
Q. 김영길 특허 법률사무소가 다른 변리사 사무소와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A. 우선 어느 누구보다도 특허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자부합니다. 지난 23년간 특허 실무를 계속하였고 개인적으로도 발명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기에, 발명자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여 특허 출원서를 작성하고 출원 후 중간처리 과정도 특허 실무에 맞게 잘 처리합니다. 물론 규모는 작지만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고,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한 만큼 이 분야에 대해서는 많이 전문화 되어있는 사무소입니다. 또한, 저는 고객 확보와 경영관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실무를 챙기는 일에 초점을 맞추어 일합니다.
Q.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는데 변리사로 진로를 바꾸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지금도 저는 매일 전자공학 공부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문적이고 이론적인 측면보다는 실용적인 측면이 강하긴 합니다만 전자공학을 다룸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전자공학으로 전문화된 변리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시기는 석사를 졸업한 후였습니다. 석사를 졸업한 후 막연히 학위를 따기 위해 박사과정을 밟기보다는 평생 할 직업으로는 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에 전자공학도들의 발명을 도와주고 저 자신도 발명활동을 하기 위해 변리사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Q. 전자공학을 전공한 점이 변리사라는 직업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전기 및 전자공학 분야에 전문화된 변리사가 되는데 기본 바탕이 된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산업 추이에 따라 지속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야 하므로 학부 수준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는 많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 같은 경우에는 KAIST 재학 중에 배운 끈기나 노력, 집념들이 전공지식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맡으신 특허 중 기억에 남는 전자공학 관련 특허가 있으신가요?
A. 많은 세월을 실무형 변리사로서 지내온 만큼 기억에 남는 특허들도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5년 전쯤 모든 핸드폰에 적용되었던 입력 숫자 애니메이션 기능입니다. 핸드폰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화면 상에서 깃털이나 백묵으로 숫자가 그려지는 시늉을 하면서 숫자가 표시되는 기능입니다.
또 기억에 남는 특허는 KAIST 출신 김경진 박사가 만든 초소형 장난감입니다. 이 장난감은 TIME지에서 뽑은 5대 장난감에 들기도 했었습니다. 이 장난감은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아주 특이합니다. 보통 움직이게 하기 위한 동력은 모터를 사용하고 이 모터를 소형화하기 위해선 큰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장난감은 니오듐자석과 전자석의 인력과 배척력을 잘 제어하여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이 외에 여러 가지 오락적인 요소를 추가하여 장난감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최근에 맡게 된 특허 중에는 SKT를 통해 보급 예정인 소형로봇 발명품이 있습니다. 이 발명품은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데,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아침마다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알람기능 등 여러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한 물건에 통신기능을 넣기 위해선 큰 비용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이 발명품은 휴대폰을 장착할 수 있게 하여 휴대폰의 통신기능을 이용하여 통신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폰의 CPU와 메모리를 사용하여 처리하여 최종적인 데이터 값만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 발명품은 메모리도 거의 필요가 없고 고성능의 CPU나 센서, 통신기능도 필요가 없어서 가격이 매우 저렴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발명품들을 보면 어려운 이론을 도입했다기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주효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Q. KAIST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궁금합니다.
A. 저는 80년대 KAIST가 서울 홍릉에 있었을 시기에 재학했습니다. 현재 대전에서 다니고 있는 후배님들과는 주위 환경이 다를지라도 공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밤새 공부하던 일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또 새벽에 컴퓨터를 하던 일도 생각납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가 귀했기 때문에 시간대별로 나누어 컴퓨터를 사용했습니다. 또 공부를 마치고 나면 먹곤 하던 경희대 앞 삼겹살집이 떠오릅니다.
Q. 학부시절에 꼭 해봐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저는 학점이나 영어가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끈기나 노력, 집념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한 방면에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꼭 공부가 아닌 음악 활동이나 운동, 여행 같은 취미 일지라도 학부 때 한번쯤 한가지에 몰두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변리사 일을 하면서 지난 8년간 교통분야에 관해서도 연구하였습니다. 거의 매일 수도권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한남IC-서초IC구간과 남산1호터널 입구-한남 고가 구간의 교통 정체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특허를 내기도 했습니다.
Q. 앞으로 이루고 싶으신 일들이 궁금합니다.
A. 지금처럼 사무소에서 변리사 사업을 하면서 나머지 시간에 교통분야를 연구하여 여러 특허도 낼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저는 죽기 전에 저 나름대로 10가지 기억나는 일들을 간직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일을 할 때에 성실하고 끈기 있게 임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KAIST 후배들이 너무 어려운 학과 공부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시험문제 풀이 위주의 학습만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적으로 실제 해결 방법은 간단한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므로, 조그만 지식 하나라도 개념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 지식이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이 원해서 하는 능동적인 학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한다면 학부 시절에 스스로 쌓은 탄탄한 기본기는 훗날 사회에 나와서 겪을 여러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 공부에만 치중해서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옆도 보고 때론 뒤를 보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는 공학도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공 공부 이외에, 나만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관심 분야를 하나 정도 발굴하여 시간 날 때마다 연구하는 후배님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김영길 변리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김형준 기자 / atreyus@kaist.ac.kr
윤수호 기자 / dbstngh@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