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학 및 창업 인터뷰>
미국 유학과 창업을 경험한 선배를 만나다
–김준성 학우 인터뷰-
해외 유학과 창업은 카이스트 전자과 학우들이 미래 진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실제로 학부과정에서부터 유학을 준비하기도 하며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을 졸업한 후에 해외에 진출하여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창업의 경우에는 우리 학과의 특성상 학부과정만으로는 전공을 살려 창업하기는 힘들지만, 박사과정을 마친 후에 기술 창업을 하시는 분들께서도 많이 계신다. 그리고 위 두 가지 진로를 모두 경험하신 분들도 계신다. 이번 가을호 EE 뉴스레터에서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신 후, 자율 주행 기술을 활용하여 창업하신 김준성 학우를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함으로써 전자과 학우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담아보았다.
Part1. 유학
- 안녕하세요 선배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델파이 오토모티브(Delphi Automotive)에서 리서치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부 99학번 김준성입니다. 현재는 자율 주행 자동차를 위한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학부를 졸업한 후에는 정송 교수님의 지도하에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LG 전자 이동통신 기술 연구소에서 병역 특례를 마친 뒤에 카네기 멜론대학(이하 CMU)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 회사를 그만두시고 유학을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회사에서 하게 되었던 일은 LTE 모뎀칩 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쪽에서 LTE 프로토콜 개발을 했었습니다. 프로토콜 개발이라는 게 무엇이냐 하면,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듯이 기계와 기계 간에 약속을 정해두고 규격에 맞게 통신을 하는 건데, 표준화 단체에서 그 규격을 정해 놓으면, 그 규격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무선단의 Radio Resource Control을 담당했습니다. 그 당시에 했던 모뎀칩 개발이 저는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도 배웠고, 제 사수 분도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분이라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표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전체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학교를 보니 CMU라는 좋은 학교가 나타났습니다. 그 당시 리얼타임 운영체제를 제일 잘하는 연구실은 전부 CMU에 있었습니다. 오에스 엑스 커널의[1] 전신은 CMU에서 개발되었습니다.
- 유학생활 중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한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문화를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저는 좋았습니다. 실제로 가장 기분이 좋았던 건 경험의 유무에 관계없이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할 수 있었던 문화였습니다. 새로운 점이라 하면 매 학기 달라지는 수업이었습니다. KAIST 같은 경우에는 같은 과목의 수업일 경우, 족보가 존재하여 과제나 시험 대비를 하기에 수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MU에서는 컴퓨터 사이언스 수업을 들었는데, 여기 같은 경우 숙제를 매년 새롭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족보가 없어요. 실제로 강의도 중간고사 전까지는 똑같은데, 그 뒤로는 계속 바뀌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합니다. 수업을 준비하시는 교수님들과 조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한 같은 수업을 계속 바꾸고 하는 건 쉽지 않다고 봐요. 애초에 서로 바꾸고자 하는 분위기가 형성 돼야 하는 것 같고, 학교 측에서도 장려해야 합니다. “내가 학부 때 이렇게 공부를 했더라면 좀 더 많이 알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무래도 유학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영어였던 것 같습니다. 학부 때에는 유학 갔다 오신 분들을 보며 “유학 갔다 오신 분인데 왜 영어가 저렇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 학기가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영어 공부하려고 온 사람이 아니기에 미국에서 산 기간에 비해 언어를 늘리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 터득한 방법은 그냥 자신 있게 말하기에요.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은 특유의 억양이 있어요. 그것처럼 저도 자신만의 억양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고 넘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이랑 친구들이 자꾸 보고 싶은 것도 힘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컴퓨터 앞이 아니라면 연락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다행히도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연락이 쉬워졌기에 이러한 어려움은 많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Part2. 창업
- 창업을 하시게 된 계기와 창업하신 회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우리 회사 이름은 오토마티카(ottomatika)이며, 저는 그 회사의 공동 창업자로, 초기 멤버였습니다. 주로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Low level에서는 컨트롤부터 시작을 해서 upper level로 가면 sensor fusion부터 behavior, planning 등의 AI 알고리즘까지 제공하였습니다. 회사는 2013년 말에 설립되어 2015년 7월에 델파이 오토모티브에 인수되었습니다. Exit로는 빠른 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율주행은 CMU에서 오랫동안 연구가 되어왔던 기술입니다. 일례로 저는 2008년에 박사 시작하면서 자율 주행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고, 다양한 연구 결과가 창업 기술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창업을 한 계기라고 한다면 저희가 개발한 좋은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주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기술이기 때문에 신경도 많이 써야 하고 알아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런 기술은 사람들의 꾸준한 관리와 개발, 그리고 테스트가 요구되는데 이런 사람들의 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합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창업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창업을 하게 된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들이 가장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고 우리가 쓴 기술이 효율적으로 잘 쓰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요즘처럼 오픈소스가 많아지는 추세에 몇몇 기술들은 책임자가 없어서 빛을 보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우리들의 기술을 책임지기 위한 방법으로써 창업을 선택하였습니다.
- 무인자동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CMU에서 무인자동차에 관해 어떤 연구를 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 1990년대 초에 델코(델파이 오토모티브의 전신)와 CM가 같이 했던 피츠버그에서 San Diego까지의 대륙횡단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정확히 말하면 완전 무인운전은 아니었고 카메라를 이용한 차선 인지를 해서 앞차를 쫓아가는 수준이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3번의 DARPA Challenge 가 있었는데, 2007년도에 CMU가 DARPA Urban Challenge에서 1등을 하고 2008년도에 GM에서 제가 조인했던 센터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DARPA Urban Challenge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구글 을 포함 한 다양한 자율주행 차에 쓰이게 되었고, 2010년에 CMU에서 제작한 자율주행 SRX도 이때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 창업하시는 과정에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도 풀어본 적이 없는 문제라 답이 없다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누가 닦아놓은 길이 없었기에 서로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사실 중복된 일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떤 판단이 더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였고, agile 한 개발 방식을 많이 따라갔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식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를 영입하고 싶었는데, 이 분야 자체가 해본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연구가 많이 진척된 분야라면 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게 연구잖아요. 하지만 시스템 자체가 너무 복잡해서 어떤 문제를 모델링을 할 때 어떤 변수를 간소화시켜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빠르게 개발해보고 피드백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개발 툴이랑 플랫폼이 굉장히 중요했었습니다.
Part3. 전자과 후배들에게……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가요?
지금은 인수가 된 지 1년도 안되어서 인수된 후에 투입된 자율주행 프로젝트에 일단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집중하고 있는 게 저희가 만들었던 개발도구를 회사 내에서도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게 개량하는 중입니다. 델파이 직원수가 16만 명인데, 이런 큰 회사에서 툴을 같이 쓰고 협업하게 될 경우의 시너지는 매우 클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회사내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이후의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창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나 미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같은 학과와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저의 경우엔 처음에는 창업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게 창업을 위한 창업은 별로 안 좋은 것 같다는 것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때 그것의 수단으로서 창업을 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좋은 동업자를 만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항상 서로 존중할 수 있고 서로 존중하면서도 의견 이야기하기에 어려움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투자자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돈이야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투자자의 가치는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경험에서 옵니다. 좋은 투자자를 만나 기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한데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럼 네가 이거 돈 내고 쓸래?”를 계속 생각하는 것이었고, 항상 이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하고 싶은 걸 하는 대로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가질 수 있었던 한 가지 장점은 실패하고 힘들어도 후회는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 대신에 하는 과정이 험난했던 경우도 많죠. 저도 성적과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고민의 대답은 보통 남들이 보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 가장 끌리는 걸 했을 때 후회가 덜 됐던 것 같습니다. 물론 끌리는 일이 항상 나타나지는 않을 겁니다. 풀고 싶은 문제를 찾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럴 때 저는 놀아요. 논다는 게 저는 논다고 표현하는데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겁니다. 좀 다른 시각에서 보다 보면 해보고 싶은 일들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준성 선배님께 감사 드립니다.
노태형 기자/1mapmaker@kaist.ac.kr
이호중 기자/dlghwnd1122@kaist.ac.kr
[1]컴퓨터 운영체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써 운영체계의 다른 모든 프로그램 아래 기반으로 돌아가며 여러 가지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