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의 인공지능 전문가, 김귀훈 동문
매년 그렇듯, 한 해가 지나가며 올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년을 다짐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내년을 다짐하다 보면 자연스레 더 먼 미래를 고민하게 되고, 너무나도 친숙한 친구인 진로 고민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고민만 한다고 쉽게 해결될 리가 없겠죠.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진로 고민에 특효약인 간접경험의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지는 요즘, 실제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접하고 EE NewsLetter에서 만나보았습니다.
-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심에 감사드리며,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KSB융합연구단에서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김귀훈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동문으로, 카이스트에서 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현재는 ETRI에서 인공지능 공통 프레임워크 및 에지 컴퓨팅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전자과 학우들에게 연구소라고 하면 단순히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 막연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학우들을 위해 ETRI가 어떤 곳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선배님은 어떤 계기를 통해 현재의 진로를 선택하시게 되었나요?
카이스트를 졸업하면 보통 국책 연구소 연구원, 산업체 직원이나 대학교 교수로 가게 됩니다. 저는 졸업 후 처음에는 LG 데이콤이라는 통신 산업체에서 VoIP(인터넷 전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연구자 일을 했었습니다. 그 이후에 들어간 곳이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ETRI입니다. ETRI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립연구소이고 국가에 필요한 미래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를 예측하고 사전 연구하여 국가 경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연구소입니다. 이런 이념을 바탕으로 국가 전체 산업에 이익이 되는 원천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제일 큰 특징입니다. 일반 기업연구소와 차이점은, 주로 기업연구소는 회사의 수익이 되는 단기 연구를 위주로 하지만, ETRI는 수익성보다는 국가의 5~10년 미래를 보고 중장기 연구를 수행한다는 것이죠.
제가 연구자로서 성장하며 가지게 된 목표는 사람들이 편리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편리를 추구하는 과학기술과 ICT를 공부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구상한 아이디어로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제 목표가 위에서 말한 ETRI의 특성들과 잘 부합된다고 생각했고,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사람들에게 편의를 가져오는 연구를 하고자 ETRI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연구소에 재직하면서 겪은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어떤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늦게 퇴근하거나 잠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 때문에 스스로 운동을 하면서 자기관리를 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은 신체적으로 특별히 필요로 하는 사항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다면 누구나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좋아하고 새로 나온 기계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와 같이 세상을 편리하게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면 ETRI와 같은 연구소에서의 일이 매우 잘 맞을 것입니다.
- ETRI에서 근무하며 어떤 순간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시나요?
제가 느끼는 보람은 회사와 개인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측면에서는 지난 35년 동안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메모리반도체, LTE 등의 기술을 개발하여 전수해 준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적인 측면으로는,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의 국가대표로 세계에 나가 우리의 기술을 국제표준안으로 승인시켜서 전 세계에 상용화시켰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매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 앞서 ETRI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씀해주셨던 게 인상에 남는데요. 최근 들어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시작은 언제부터였나요?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 있던 존 매카시 교수가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인공지능 연구의 핵심은 추론과 탐색이었죠.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는 연구는 1970년대까지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인공지능이 간단한 문제 풀이를 넘어서 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게 하려는 도전에서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한때 활발했던 인공지능 연구가 이후 급격한 빙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최근 하드웨어적인 발전과 함께 탁월한 성능을 이룩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성화되어 현재의 큰 시장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 미래에 인공지능이 실생활에서 사용된다면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시나요?
우선 첫째로, 인공지능은 의료 쪽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의료-인공지능은 수술할 때, 손 떨림 없이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질병의 진단에서도 인공지능은 많은 의학적 근거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자동운전(혹은 무인운전)에 쓰일 것입니다. 자동운전-인공지능은 이미지 인식 기능을 이용하여 앞의 교통 상황이 어떠한지 사람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위험한 상황에서도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검색엔진에 널리 이용될 것입니다. 검색엔진-인공지능을 검색엔진에 활용시키면, 웹사이트에 사용되는 키워드를 통해 그 사이트의 특징을 인식하고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품질이 낮은 사이트나 유해한 사이트를 구분하여 인터넷을 최적화할 수 있을 것이고, 사용자들이 더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근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인공지능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작년에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대국을 벌였던 것 기억하지요?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4:1로 이기기까지 했습니다. 올해는 알파고마스터가 세계 1위 커제를 3:0으로 이기기까지 했죠. 바둑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두뇌게임으로 경우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이를 컴퓨터 프로그래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간주되었던 분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승리에는 더욱 세간의 이목을 집중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바둑 이외의 인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현재 음성 인식, 이미지 인식, 번역 등은 이미 인간의 인지능력을 능가했습니다. 앞으로의 기술력 발전이 더 기대됩니다.
- 트렌드에 따라 전자과 내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고, 미래의 인공지능 전문가를 꿈꾸는 학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후배들에게 현재 인공지능 분야의 최전선에 계시는 선배로서 조언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특히 수학을 잘 해야 하지요. 그렇다고 수학만 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성실히 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활용되는 분야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독서를 통해 식견을 넓히거나 많은 활동을 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입니다. 보통은 인공지능 하면 컴퓨터공학과를 많이 생각하지만, 전자과에서의 진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분야가 하드웨어와 같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전자과의 장점을 살려 앞서 말씀드린 부분과 함께 노력한다면 훌륭한 인공지능 전문가가 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시는 대표적인 전자과 교수님께서는 신진우 교수님, 김준모 교수님, 박경수 교수님이 계십니다.
한 가지 더 팁을 드리자면 소프트웨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 투자를 하셔야 합니다. 많은 프로그래밍언어 중에 어떤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C언어보다는 Python이 주로 쓰입니다. 그리고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 SPARK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언어는 SCALA가 많이 쓰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너무 인공지능 분야에 한정해서 조언을 드린 것 같은데 꼭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후배님들이 원하시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시길 바라며 건승을 기원합니다.
해외 출장 중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위해 귀한 시간 내어주신 선배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준환 기자(hwani5832@kaist.ac.kr)
민영제 기자(yjmin313@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