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고대역폭메모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우리 학부 김정호 교수가 HBM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로부터 과학기술혁신대상’을 수상했다.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회장 이건선)는 15일 오전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시상식을 열고 김정호 교수에게 과학기술혁신대상을 수여했다.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는 김정호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에 대해 “김정호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HBF(고대역폭 플래시)·HBS(고대역폭 S램)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연구와 기술 개발을 이어오며 우리나라가 AI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정호 교수는 HBM의 핵심 개념과 기본 구조를 처음으로 제안하고 2009년 HBM 개발 과정에서 핵심 설계와 기술 검증에 직접 참여해 SK하이닉스가 2013년 12월, 세계 최초로 HBM을 상용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김정호 교수를 ‘HBM의 아버지’로 부르고 있다. 특히 김 교수는 실리콘관통전극(TSV), 3차원(3D) 반도체 적층 기술,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과 실리콘 인터포저 기술, 신호·전원 무결성(SI·PI) 설계 등 HBM 구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HBM의 기술적·학문적 기반을 마련해 왔다.
HBM은 최근 에이전틱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반도체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대규모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높은 대역폭의 메모리가 필수적이어서 HBM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건선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 회장은 “김정호 교수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 기술 선도를 통해 과학연구도시 대전의 위상을 높인 과학자이자 대전의 소중한 보배이자 자원”이라며 “150여만 명에 달하는 대전 시민의 뜻을 한데 담아 김정호 교수께 드리기 위해 마련한 이번 과학기술혁신대상 시상식을 계기로 대전의 과학기술 역량과 산업 경쟁력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미래 세대 과학기술인들에게 도전과 혁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대전이 AI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혁신도시로 성장하는 데도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교수는 “뜻깊은 상을 주신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에 감사드린다”면서 “HBM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만큼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메모리와 AI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차세대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에 더욱 힘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편, 대전광역시 개발위원회는 1973년 대전 지역 기업인과 전문가 등이 설립, 회원으로 참여해 대전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도시 발전을 위한 각종 정책을 연구, 대전광역시청 등 행정기관에 의견을 제안하는 등 민관협력을 주도하는 비영리 단체(사단법인)다.
정재웅 교수 연구실(Bio-Integrated Electronics and Systems Lab)의 이시목 박사가 2026년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 ‘2026 마이크로나노시스템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미래유망연구자상’과 ‘우수논문상’을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마이크로나노시스템학회 추계학술대회는 AI 기술, 첨단소재, 빅데이터와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센서 및 액추에이터 등 단위 소자의 지능화뿐 아니라 반도체, 2차전지, 헬스케어, 디스플레이, 스마트 모빌리티, 휴머노이드 로봇, 스마트 팩토리, 기후변화 대응 등 미래 산업 전반의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마이크로나노시스템 기술을 주요 주제로 다룹니다.
‘미래유망연구자상’은 우수한 연구 역량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향후 분야를 선도할 가능성이 높은 신진 연구자에게 엄격한 심사를 거쳐 수여되는 상이며, ‘우수논문상’은 학술대회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학술적 기여와 완성도가 우수한 논문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이시목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물리적 복제와 디지털 복제를 모두 막을 수 있는 액체금속 기반 물리적 복제방지 함수(LM-PUF, Liquid-Metal Physically Unclonable Function)를 제안했습니다. 갈륨과 필즈메탈 두 액체금속을 고분자 안에 무작위로 분산시켜 입자마다 조성이 다른 구조를 만들었으며, 두 금속이 육안으로 구별되지 않아 물리적 복제가 불가능합니다. 또한 온도가 변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고유한 열적 패턴이 나타나도록 설계하고, 액체금속의 과냉각 현상을 이용해 진짜 키를 위장 키 사이에 숨김으로써, 기계학습 기반 디지털 복제 공격에 대한 저항성을 재료 자체의 특성으로 구현했습니다. 이 소자는 스텐실 프린팅과 몰딩 등 기존 공정과 호환되어 위조 방지 화폐, QR 코드 인증 등 실제 응용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해당 연구는 이번 학회에서 “액체금속 마이크로 입자를 이용한 기계학습 공격 저항성 물리적 복제 방지 함수”라는 제목으로 구두 및 포스터 발표되었으며, 이 발표로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울러 이시목 박사는 액체금속 기반 유연 전자소자 분야에서 축적해 온 연구 성과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미래유망연구자상’을 함께 수상했습니다.
우리 학부 정재웅 교수 연구실(Bio-Integrated Electronics and Systems Lab)의 정은영 박사과정 학생이 2026년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에서 개최된 ‘2026년 제1회 한국BCI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학술대회 최고상인 ‘최우수초록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BCI학회가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와 기술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 신경과학과 임상 연구부터 신경 인터페이스 하드웨어, 인공지능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차세대 BCI 기술의 발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정은영 학생은 이번 연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동물의 뇌에 약물과 빛을 정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IoT 기반 무선 광유체 임플란트를 제안했습니다. 약물 전달과 광유전학적 신경조절을 하나의 이식형 장치에 통합하고, 원격 제어와 예약 작동을 지원해 실험자의 현장 개입을 줄이면서 장기간 신경조절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해당 연구는 “IoT-Enabled Wireless Optofluidic Implant for Programmable Drug Delivery and Optogenetic Neuromodulation in Freely Behaving Animals”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으며, 약물 전달과 광유전학적 신경조절을 통합한 무선 신경 인터페이스 연구의 독창성과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우수초록상’을 수상했습니다.
9월 30일 KAIST W9 노천극장에서 열린 ‘2026 전기및전자공학부 가을축제’에서 ‘히EE든 싱어’ 참가자가 가림막 뒤에서 노래하고 있다.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이하 전자과)는 9월 30일 교내 W9 노천극장에서 ‘2026 전기및전자공학부 가을축제’를 열었다. 이번 축제에는 (주)일경건축사사무소 오석준 대표이사가 약 200만 원 상당의 삼천리 자전거 10대를 경품으로 기부했다. 자전거 경품은 참석한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전자과 학생회가 주관한 이번 축제는 오후 5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진행됐다. 학부생(복수전공·부전공 포함)과 대학원생 등 전자과 구성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선선한 가을 저녁, 노천극장은 입장이 시작된 오후 5시부터 자리를 잡으려는 학생들로 붐볐다.
기부된 자전거는 두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교내 노래 경연 ‘히EE든 싱어’의 결승 진출자 4명에게 삼천리 자전거 4대가, 가을축제 경품 이벤트 당첨자 6명에게 삼천리 자전거 6대가 각각 돌아갔다.
(주)일경건축사사무소 오석준 대표이사가 기부한 삼천리 자전거가 무대 옆에 놓여 있다. 자전거는 히EE든 싱어 결승 진출자와 경품 이벤트 당첨자에게 전달됐다.
이번 기부는 전자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넓은 캠퍼스를 오가는 KAIST 학생들에게 자전거는 가장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다. 그래서 기부 물품으로 자전거가 선택됐다. 학생들의 생활에 곧바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이라는 점에서 기부의 목적과 경품의 성격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다.
축제 프로그램도 다채로웠다. 전자과 밴드 동아리 ‘행복회로’의 공연으로 막을 연 무대는 ‘히EE든 싱어’로 이어졌다. 히EE든 싱어는 이름 대신 목소리와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경연이다. 교수가 직접 무대에 올라 학생들과 다섯 고개 퀴즈를 진행한 ‘히EE든 교수’와 ‘맥주 빨리 마시기 게임’도 열려 현장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무대 한편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함께 열려, 학생들은 음식을 나누며 여유로운 저녁을 보냈다.
특히 자전거가 걸린 순서마다 객석의 열기는 눈에 띄게 뜨거워졌다. 히EE든 싱어 결승 무대에서는 참가자들의 열창에 환호가 쏟아졌다. 행사 막바지의 경품 추첨 시간에는 당첨자가 호명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학생들에게 뜻밖의 행운을 선사한 경품 이벤트는 축제의 대미를 장식했다.
외부의 따뜻한 후원과 학생회의 세심한 준비가 어우러진 이번 가을축제는 전자과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소통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편, 전자과 학생회는 앞으로도 구성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다.
< (좌측부터) 백승훈 연구원 (UNIST), 이용우 박사 (KAIST), 권지민 교수 (KAIST, 교신저자), 김형준 연구원 (UNIST), 정학순 박사 (KAIST, 제1저자) >
몸에 착용하는 기기가 걷는 동작과 잠깐 팔을 흔드는 동작을 구별하려면 움직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한국 연구진은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를 층층이 쌓아 방금 일어난 변화와 앞선 변화를 함께 읽는 기술을 개발했다. 향후 몸에 붙이거나 착용하는 작은 기기가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분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UNIST, POSTECH 연구진과 함께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 데 성공했다.
< 고체형 이온 게이트 트랜지스터 기반 단일 3차원 집적 다중 시간 스케일 reservoir 구조 >
이 반도체는 전기를 가하면 소재 안의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의 흐름이 바뀐다.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종을 친 뒤 소리가 잠깐 남듯, 반도체에도 앞서 들어온 신호의 흔적이 잠시 남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졌던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지난 신호를 알아보는 데 활용했다.
관건은 그 흔적이 남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었다. 기존에는 이온을 담는 물질이 주로 액체나 부드러운 젤이어서 반도체를 정교하게 만들고 여러 층으로 쌓기도 어려웠다.
연구팀은 이온을 담은 물질을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막 속 이온의 양과 두께를 조절했다. 그 결과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자와 느리게 반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두 소자를 층층이 쌓자 하나는 방금 들어온 신호에, 다른 하나는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신호에 반응했다. 짧게 남는 메모와 오래 남는 메모를 함께 읽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네 차례 들어오는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측정한 소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숫자 영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속도의 영상 신호에 대해 90% 이상의 검증 정확도를 얻었다. 영상 판별 결과는 실제 소자의 측정값을 적용한 모델 검증 결과다.
< 이온 동역학 기반의 시냅스 특성 및 시간 의존적 소자 동작 >
연구팀은 이 소자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고 휘어지는 기판에도 구현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제작 후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움직임이나 몸에서 나오는 신호처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작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스마트워치에 적용했을 때의 성능과 소비전력 절감 효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 소자를 수직으로 쌓아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읽는 원리와 피부 부착형 기기 활용 가능성을 표현한 개념도(AI 생성) >
권지민 교수는 “이번 소자는 기존의 얇은 반도체 제작 공정으로 넓은 기판에 만들 수 있고, 여러 층으로 쌓을 수도 있다”며 “앞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정학순 연구교수가 제1저자로, POSTECH 노용영 교수와 KAIST 권지민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6월 30일 게재됐다.
논문명: Monolithic 3D-Integrated All-Solid Ion-Gated Carbon Nanotube Transistors With Tunable Ionic Conductance for Multi-Timescale Reservoir Computing
DOI: 10.1002/adma.202523703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국가반도체연구실지원핵심기술개발사업 및 우수신진연구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초격차기술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AI가 작성했습니다. 트랜스크립트 정리, 논점 구성, 본문 집필, 그리고 이 안내문까지 Claude가 썼으며, 한현민 기자가 사실관계와 어투를 검수했습니다. 이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글의 말미에 있습니다.
지난 5월 12일, N4 시청각실에서 KAIST AI철학 연구센터 제2회 격월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이번 워크숍의 주제는 “AI와 생명”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최재천 석좌교수님을 모시고 “From AI to SI: 인공지능에서 공생지능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연이 펼쳐졌습니다.
강연 전체 영상은 아래 QR 코드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KAIST AI철학연구센터 제2회 격월 워크숍 ‘AI와 생명’ 영상 썸네일 (연사: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강연 전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QR 코드
“이건 좀 다릅니다”
최재천 교수님은 강연 첫머리에 자신이 AI 전문가가 아님을 솔직하게 밝히셨습니다. 처음 초청을 받았을 때 ‘AI 철학’이라는 문구를 보고 고사했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였을까요. 관찰자의 시선에서 나온 말씀들이 더 날카롭게 와닿았습니다.
교수님은 기술 발전을 둘러싼 인문학자들의 오랜 걱정부터 짚으셨습니다. 산업혁명 때도, 인터넷이 나왔을 때도 인간성이 무너질 거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분들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면 지금 우리는 아비규환 속에 살고 있어야 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나 AI는 좀 다른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전의 어떤 기술들의 등장과는 어쩌면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교수님이 짚으신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이번엔 직업 자체가 사라집니다. 과거 기술 변화도 일자리를 없앴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동시에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속도와 규모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둘째, 더 중요하게는 이번엔 패권이 바뀌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기존 주류 산업이 무너지고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나는 게 역사의 패턴이었는데, AI는 이미 세계 10대 대기업을 장악한 플랫폼 기업들이 가장 앞서 달리고 있습니다. 패권이 교체되는 게 아니라 기존 패권이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이것이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셨습니다.
교환수 이야기, 그리고 젠슨 황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 앞에서, 교수님은 조금 다른 시각을 내놓으셨습니다.
교수님 본인이 어렸을 적 이야기를 꺼내셨는데요. 전화기를 들면 전화국으로 연결되고, 원하는 곳에 이어주는 교환수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수많은 여성들이 종사했던 이 직업은 지금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 생애에서 생겨났고, 제 생애 안에서 사라졌습니다”라는 말씀이 묘하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러다이트 운동도 짚으셨습니다. 공장 노동자들이 기계를 때려부쉈지만, 이득을 본 건 그들이 아니라 기계를 부수지 않은 옆 공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젠슨 황이 경주에서 했다는 말을 인용하셨는데, 이 부분이 KAISTian이라면 특히 와닿을 것 같습니다.
“AI가 당신의 직업을 빼앗는 게 아니라, 당신보다 먼저 AI를 습득한 사람에게 당신이 직업을 빼앗기는 것이다.”
기술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누가 먼저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뇌를 외주화하는 종”
대담 세션에서 이상엽 연구부총장님이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셨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의료진에게 AI 판독 보조 도구를 사용하게 했다가 1~2년 후 다시 AI 없이 판독하게 했더니, 능력이 도입 이전 수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의 답은 놀라울 만큼 솔직하셨습니다. AI 의존이 심화될수록 인간의 능력 저하를 막을 방법이 있겠냐는 질문에,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원래 뇌를 외주화하는 데 최적화된 종이라고 하셨습니다. 쓸데없는 걸 머릿속에 넣어두지 않고 빈 공간을 창의적으로 쓴 덕분에, 우리보다 더 잘 적응할 것 같았던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전화번호조차 기억하지 않는 우리의 모습도 그 연장선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우리 종은 그쪽으로 무너질 것 같다”고 하시면서도, 다윈의 말처럼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고 유전자를 섞을 줄 아는 동물이기 때문에 “가늘고 길게는 갈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울퉁불퉁할 테고, 그 과정에서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버텨내게 하느냐가 진짜 숙제라고 하셨습니다.
“인문학의 시대가 열린다”
강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뜻밖의 낙관이었습니다.
청중 질의응답에서 한 대학원생이 물었습니다. 인문학이 중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요. 교수님의 답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걱정 안 해도 될지도 모릅니다.”
AI 시대가 오면 모두가 AI 기술자가 돼야 하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소수만 기술을 만들고 대다수는 그걸 활용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핵심은 결국 좋은 질문인데, 좋은 질문은 소설도 읽고 철학도 공부한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번역기에 의존하면 번역기 수준의 질문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님은 5년 전 “철학과가 부활할 것”이라고 했다가 주위의 눈총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요즘 그 흐름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웃으셨습니다. AI 시대가 오히려 인문학의 시대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억지로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도 있다는 말씀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셨습니다.
개미 사회와 깨어있는 시민
교수님이 가장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신 건 개미 이야기였습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여왕개미만 알을 낳도록 확립돼 있지만, 가끔 일개미도 알을 낳으려 합니다. 그러면 다른 일개미들이 감시하다가 그 알을 먹어치우고 응징합니다. 개별 구성원이 사회 전체의 질서를 지키는 구조입니다.
인터넷이 나오면서 인간 사회에도 비슷한 기능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고발하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카메라가 곳곳에 깔리면서 나쁜 짓을 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일개미는 발견하면 바로 응징하지만, 우리는 알면서도 눈감아온 경향이 있었는데, AI 시대일수록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계엄 사태 당시 MZ 세대가 즉각 광장으로 나온 것을 언급하시며, “어쩌면 AI 세대에 이미 적응하기 시작한 세대”일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관찰도 덧붙이셨습니다.
기자의 고백
이 기사를 쓰면서 Claude를 썼습니다.
트랜스크립트 정리, 논점 추출, 초안 구성, 그리고 지금 이 고백까지 전부 AI가 쓰고 있습니다. 기자는 이 문장을 타이핑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묘한 감각이 남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이 강연에서 하신 말씀이 자꾸 맴돌기 때문입니다. AI를 쓰면 두뇌 활동이 줄고, 1~2년 만에 능력이 도입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다듬은 글은 특정 페르소나로 수렴하고 쓴 사람의 개성이 지워진다는 USC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보도 2026).
그렇다면 이 글은 누구의 글일까요.
AI는 평균값을 내는 데 최적화돼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조합을 만듭니다. 그래서 AI가 쓴 글은 구조도 좋고 문장도 매끄러운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봤는지, 무엇을 버렸는지,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는지, 그런 선택의 흔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고백 섹션을 AI가 썼다는 사실 자체가 그 증거입니다. 기자는 이 문장들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아마 기자 본인도 잘 모를 것입니다.
교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AI 활용의 핵심은 질문이라고. 소설을 읽고 철학을 공부한 사람의 질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질문이 같을 수 없다고. 그렇다면 이 기사에서 기자가 한 일은 무엇일까요.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충분히 기자 자신의 것이었을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이 섹션은 기자가 Claude에게 “AI를 활용해 기사를 쓴 기자 입장에서, AI 시대 글쓰기의 의미를 1인칭으로 써줘”라고 요청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기자가 수정한 부분은 없습니다.
KAIST AI철학 연구센터
이번 워크숍을 주최한 AI철학 연구센터는 AI와 로보틱스의 발전이 인간의 역량, 책임, 사회적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는 연구 조직입니다. 기술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변화를 어떤 가치와 제도로 이끌어갈지를 공학·사회·대중 담론과 직접 연결해 고민하는 것이 센터의 핵심 목표입니다.
연구는 다섯 개 그룹으로 나뉩니다. 이광형 총장님이 이끄시는 AI × 미래 문명 그룹은 AI가 문명의 장기적 조건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다루고, 센터장 김동우 교수님의 AI × 윤리 그룹은 자동화와 기계 의사결정 시대의 책임·공정성·인간 존엄을 재정의하는 작업을 합니다. 전준 교수님의 AI × 사회 그룹은 민주주의와 거버넌스를, 정준희 교수님의 AI × 문화 그룹은 AI 시대의 창작·저자성·미디어 문제를 각각 탐구하며,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님의 AI × 로보틱스 그룹은 AI·로봇 시스템의 설계 원칙과 인간-AI 상호작용을 철학적 관점에서 연구합니다.
최재천 교수님은 강연에서 AI 시대일수록 좋은 질문이 중요하고, 좋은 질문은 인문학적 사유에서 나온다고 하셨습니다. 전기및전자공학을 공부하는 KAISTian은 AI와 로봇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설계하는 시스템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어떤 가치를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술의 최전선에 있을수록 그 질문을 먼저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AI철학 연구센터의 활동은 EE 구성원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센터는 격월 워크숍을 비롯해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와 행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모든 행사는 KAIST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니, 현장이 어렵더라도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주목할 만한 행사가 열린다면 EE NEWSLETTER를 통해 다시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본 기사는 KAIST 공식 유튜브 채널 실시간 중계 영상 및 행사 트랜스크립트,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트랜스크립트 추출: LilysAI
참고: USC 어휘 다양성 연구(보도 2026), MIT 미디어랩 Kosmyna 박사 연구(2025)
안녕하세요, 올해 1월부터 전기및전자공학부에 합류한 강익성이라고 합니다. 신호 디비전 분야에서 지능형 계산 이미징 시스템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Q2. 새로 연구실을 꾸리시는 신임 교수님으로서 어떤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으신지 묻습니다. 이제 막 문을 연 Kang Imaging Group 에 합류하게 될 학생들은 어떤 도전적인 과제들을 함께 수행하게 되나요?
저희 연구실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연구를 진행합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광학 이미징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현미경 등 광학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기계학습 AI를 기반으로 하되, 요즘 주목받고 있는 ‘피지컬 AI’ 개념을 현미경 광학 시스템에 접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AI가 단순히 이미지를 후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징 시스템 자체를 지능형으로 만드는 통합적인 프레임워크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응용 분야로는 뇌과학 및 생체 조직 이미징은 물론, 3차원 반도체 나노이미징도 함께 탐구해 나갈 계획입니다.
<Section 2> 학부생 기초 역량 & 멘토링 철학
강익성 교수님과 인터뷰 중인 김효린 기자
Q1. 이미징 시스템 연구를 위해서는 광학, 물리, 딥러닝 등 다양한 배경지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학부생이 갖춰야 할 가장 필수적인 기초 역량은 무엇인가요?
범위가 워낙 방대하지만, 과목으로 꼽자면 신호 및 시스템, 확률과 기초 확률과정, 전기자기학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광학은 전기자기학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인 만큼, 그 토대가 되는 전자기학을 탄탄히 익혀두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여기에 더해 광공학개론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 역시 특강을 개설했는데, 2학년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을 만큼 기초부터 응용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신호와 파동을 아우르는 수업들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쌓아두면 연구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Q2.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지도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교수님만의 멘토링 스타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순간적인 번뜩임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득하고 성실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석박사 모두 호흡이 긴 과정이기 때문에 주제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성실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솔직한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의논을 할 때 많이 공부한 점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 애매하게 이해한 부분은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추후 이해를 제대로 못해 잘 참여하지 못하거나 인사이트에 제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말고 빠르게 해결한 후 논의에 참여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Section 3> 연구 심화 (NeAT, 설계 철학, 학문적 배경)
강익성 교수님 연구 내용 설명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강익성 교수님 연구 내용(NeAT 프레임워크)사진
Q1. 최근 Nature Methods 에 게제된 NeAT 프레임워크 연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기존 이미징 기술의 한계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핵심 원리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생체 조직의 이미징을 응용한 연구입니다. 부유물이나 파면으로 인해 심해에 있는 물체를 똑바로 보기 어려운 것처럼, 심부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도 빛이 왜곡되는 수차 현상이 발생합니다. 기존에는 이를 보정하기 위해선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가 필요했고, 이는 일반 연구실에서는 광학 전문가가 상주하지 않으면 도입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치환하여 접근성을 높이고 생체 현미경 연구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습니다.
Q2. 지능형 이미징 시스템은 물리 법칙과 컴퓨터 알고리즘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두 영역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설계 철학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이미징 과정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징이란 결국 빛과 물체가 상호작용하여 신호를 만들어내는 과정입니다. 이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샘플의 특성, 빛의 물리적 성질, 그리고 양쪽의 상호작용 모델 모두를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기존 모델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우리 응용 목적에 맞게 변형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광학 및 수학적 토대 위에서, 각 응용 분야에 최적화된 기계학습 AI 알고리즘을 유기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것이 저희 연구의 핵심 방향입니다.
Q3. MIT 와 UC 버클리에서의 연구 경험이 현재 KAIST 에서 이끄시는 Kang Imaging Group의 연구 방향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MIT에서 광학 이미징과 머신러닝을 처음 접했습니다. 학부 때 광학 랩에 들어간 후 코로나가 유행하여 실험실에서 실험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떠오르던 딥러닝을 이용해서 지금까지 얻은 이미지를 프로세싱해서 풀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계산 이미징 분야에도 딥러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한편 저는 이전부터 뇌라는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고, MRI 연구와 회로 연구도 병행했습니다. 뇌의 기저 메커니즘을 탐구하려면 작은 단위까지 볼 수 있는 광학이라는 수단이 필요했고, MIT에서 해당 역량을 갖춘 후 버클리의 뇌과학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있었지만, 교수님을 직접 설득하며 뇌과학 관련 연구 질문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Section 4> 커리어 조언 및 마무리 메시지
강익성 교수님 연구실 사진
Q1. 연구가 풀리지 않거나 기술적인 벽에 부딪힐 때, 교수님께서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시나요?
지도 교수님과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대학원 초년 시절, 언어 장벽과 조바심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특히 지도 교수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좋은 결과로만 보고하려 하고 힘든 점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는 언제든 이야기해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지도 교수의 역할은 학생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빠르게 공유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입니다.
Q2. 20대 대학 시절로 돌아간다면, 연구 외에 ‘이것만큼은 꼭 해봐라’하고 권하고 싶은 활동이 있으신가요?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점은, 학점에 매몰되다 보니 도전적인 과목들을 피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KAIST에는 훌륭한 교수님과 흥미로운 강좌들이 많습니다. 도전적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제가 가장 권하고 싶은 조언입니다.
Q3. 교수님의 연구가 미래에 의료 진단이나 반도체 검사 등 우리 실생활에 어떤 구체적인 모습으로 기여하기를 꿈꾸시나요?
이미징 시스템은 연구실이나 기업에서만 쓰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능 저하 없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잔여 수명을 정확히 진단하거나, 음식의 신선도를 비파괴적으로 확인하는 일들도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가능해집니다. 궁극적으로는 뇌과학, 질병 연구, 반도체 설계 등 첨단 분야가 더 쉽게 발전할 수 있도록 기반 기술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Q4. 새 학기를 맞이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있을 전기및전자공학부 학생들에게 격려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큰 꿈을 안고 이 자리에 온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 보세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시도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지금이야말로 여러 가지를 해보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는, 젊음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현재 전기및전자공학부 전임교원으로 소속되어 있고, AI시스템학과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POSTECH에서 학사·석사·박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석사 과정에서 RFIC 설계와 아날로그 회로를 포함한 커스텀 IC 설계를 연구했고, 박사 과정에서는 반도체 공정과 소재 분야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POSTECH 화학공학과에서 반도체 소재 관련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거쳤으며,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2년간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UNIST에서 약 3년 8개월 동안 재직한 뒤, 이번에 KAIST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Q2.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학부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연구실의 연구 분야는 크게 3D IC 기술과 반도체 패키징 기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3D IC 기술은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 소자나 회로를 입체적으로 쌓고 연결해서 하나의 고성능 시스템으로 만드는 기술입니다. 저희는 이 분야에서 소자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소자들이 실제 집적회로에 적용되었을 때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성능을 예측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3D IC 연구는 크게 연산을 담당하는 로직 소자와 데이터를 담당하는 메모리 소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다루고 있으며, 소자 수준의 제작과 설계부터 IC 수준에서의 성능 예측까지 연결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새로운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해당 소자가 실제 칩 안에 들어갔을 때 전체 시스템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연구 분야는 반도체 패키징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패키징이 완성된 칩을 보호하고 외부 장치와 연결하는 역할에 가까웠다면, 최근 들어서 첨단 패키징은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작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멀티 칩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칩 간 본딩, 기판 구조 설계·제작·검증과 같은 기반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RF 소자 패키징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RF 소자는 초고주파 대역에서 동작하는 소자인데, 기판 내에 RF 소자를 임베딩하거나 동작에 필요한 다양한 수동 소자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주파 대역에서도 더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패키징 기술과 시스템 구조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연구실의 지향점은 여러 개의 칩이 하나의 기판 위에서 효율적으로 연결되고 동작하는 새로운 반도체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개별 소자나 패키지 단위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칩이 결합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스템적 이득과 이에 적합한 아키텍처까지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직접 설계한 칩을 자체 제작한 기판 위에 올려 실제 멀티 칩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Q3. 현재 진행 중인 연구가 기존 반도체 연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별점이나 새로운 접근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3D IC 측면에서는 기존의 실리콘 소재만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새로운 시스템 구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실리콘 IC 개발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저희는 산화물 반도체, 2D 물질, 탄소 나노튜브와 같은 신소재들이 로직이나 메모리 소자로 구현되고, 이들이 실리콘 소자와 3차원적으로 집적되었을 때 어떤 시스템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소재와 소자, 그리고 3차원 구조를 함께 설계한다는 점에서 기존 접근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D IC가 중요한 이유는 기존 2D 구조에서 발생하는 연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모리와 로직이 따로 존재하면 두 칩을 기판 위에서 연결해야 하는데, 이 경우 입출력 단자인 I/O의 수가 제한되어 시스템 성능의 병목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3D IC에서는 로직과 메모리를 칩 안에서 수직 방향으로 연결할 수 있고,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via(칩 내부의 층과 층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미세한 통로)를 통해 훨씬 많은 연결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이동 효율을 높이고, 메모리 대역폭 부족으로 연산이 지연되는 메모리 병목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최근 LLM을 비롯한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특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 시스템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불러올 수 있는지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3D IC를 통해 메모리와 로직 사이의 연결성을 높일 수 있다면, AI 시스템의 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패키징 측면에서도 기존과 다른 구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판 위에 칩을 적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칩을 세워서 꽂는 구조나 고속 신호 전송에 유리한 새로운 기판 구조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희 연구는 새로운 소재, 소자, 3차원 집적,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높이려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현재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기술적 병목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을 하고 있으신가요?
3D IC 연구에서 가장 큰 기술적 병목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반도체 기술은 단순히 좋은 재료를 찾거나, 공정 하나를 개발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일이 아닙니다. 3차원으로 소자를 집적하기 위해서는 공정, 소재, 소자 구조, 회로 설계, 시뮬레이션 환경을 모두 함께 갖춰야 합니다. 새로운 소자를 만들었더라도, 실제 회로를 설계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설계 환경이 필요합니다. 반도체 설계에서는 이를 PDK(Process Design Kit)라고 부르는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어떤 규칙과 모델을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소자 기술과 회로 설계를 동시에 최적화해야 하는 연구를 진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을 DTCO(Design Technology Co-Optimization), 즉 설계-기술 공동 최적화라고 합니다.
패키징 연구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단순히 기판을 만들거나 신호선을 설계하는 것만으로는 멀티 칩 모듈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칩을 어떻게 본딩하고, 어떤 공정을 적용할지, 설계에 어떤 제약이 발생하는지,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패키징 분야에서는 이러한 접근을 STCO(System Technology Co-Optimization)라고 부릅니다.
이처럼 3D IC와 첨단 패키징 연구에서는 공정부터 설계, 소자, 시스템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서는 다학제적 협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각자 가진 기술과 지식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실제로 학생들끼리 자발적인 미팅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수인 저 역시 학생들과 자주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배경의 연구자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연구실을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을 연구 과정에 도입하는 것도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문제일수록 모든 것을 하나의 AI가 해결하기보다는, 공정·소자·설계·패키징처럼 각 도메인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에이전트들과 인간 연구자가 함께 협업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도입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복잡한 반도체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구실의 중요한 비전 중 하나입니다.
Q5. 해당 연구가 향후 어떤 산업이나 기술에 적용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가 연구하는 기술은 반도체 산업 전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AI 시스템과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반도체 성능이 전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연구는 지금 당장 필요한 기술뿐만 아니라, 앞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해질 기술을 준비하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3D IC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성능 멀티 칩 모듈 패키징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3D IC는 로직과 메모리를 더욱 가깝게 연결해서 데이터 이동 과정에서의 병목을 줄일 수 있고, 멀티 칩 모듈 패키징은 여러 칩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효율적으로 동작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AI 가속기, 고성능 컴퓨팅,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처럼 데이터 이동과 처리 속도가 중요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목표를 하나로 고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도체 기술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특히 AI 기술의 발전 방향에 따라 필요한 하드웨어의 형태도 계속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0년, 20년 동안 같은 주제만 연구하기보다는,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면서 그 시점에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용화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3D IC의 경우 3차원 적층이 가능한 안정적인 소자와 공정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또한 3D IC의 아키텍처나 시스템 성능을 종합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계산적 접근과 시뮬레이션 기반도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소재와 소자가 실제로 어떤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지 명확한 계산 결과와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산업적으로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희 연구의 장기적인 방향은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실제 시스템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새로운 소재와 소자, 3D IC, 패키징 기술이 개별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AI 시스템과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Section 2> 연구자로서의 경험
2026 IEEE 전자부품기술 콘퍼런스(ECTC 2026)에 참가한 권지민 교수님 연구팀
Q1. 연구 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계기와, 박사 과정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연구 경로를 어떻게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과정에서 교수의 길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와 교수의 길을 걷지 않으셨다면 어떤 진로를 고려하셨을지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눈앞에 놓인 일들에 충실하려고 했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가장 잘 해내자는 생각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제가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 박사후연구원, 교수에 이르기까지 매번 서로 다른 연구 분야를 경험해왔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과정들이 모두 연결되어 현재의 연구 방향과 관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언급한 ‘Connecting dots’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살아오면서 경험한 각각의 점들이 어느 순간 다 연결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만든다는 의미인데, 저도 비슷한 과정을 경험해 왔습니다. 현재 맡은 일에 집중한 경험들이 쌓여 자신만의 배경이 되고,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각자만의 고유한 히스토리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부나 대학원 생활에서도 지금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스스로 결정하고, 제가 가진 인사이트를 세상에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살아오면서 여러 선택의 기회가 있었고, 그 기회들을 따라가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교수가 아니었다면 어떤 길을 선택할지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사업을 해보았더라면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술 개발의 목적은 사람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은 품고 있습니다. 다만 공학 분야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러한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Q2. 여러 단계의 커리어를 경험하시면서, 환경에 따라 연구 접근 방식이나 협업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학부생 때는 인터넷, 통신 계열 연구를 했고, 석사 과정에는 RFIC와 아날로그 IC 설계를 연구했습니다. 이후 박사 과정에는 반도체 소자 공정을, 박사후연구원 시기에는 소재와 3D IC 관련한 나노 공정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다양한 연구 경험들이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연구를 왜 하고 있는지 배경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모든 환경에 만족하며 지냈습니다. 감사하게도 모든 시기에 좋은 경험을 많이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KAIST에서의 생활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환경에 따른 달라진 점은 연구 분위기와 협업 방식에 있었습니다. KAIST는 다양한 교수님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은 분위기이고, UNIST는 젊은 연구자들이 많아서 굉장히 진취적이고 연구에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함부로 남을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고,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도 비교적 수평적인 편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이 자신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POSTECH은 오랜 시간 생활한 곳인 만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곳입니다. 학생 수가 비교적 적다 보니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3.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연구 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신 경험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고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움을 돌파하는 것은 모두에게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결국에는 이를 악물고 넘어서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를 믿고, 나 자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난관에 휩쓸리기보다는, 스스로를 어려움과 분리해서 바라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작은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차근차근 문제들을 헤쳐 나가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기고, 이전에는 크게 느껴졌던 어려움들도 어느 순간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Q4. 최근 학생들이 공부와 연구에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문제는 좋은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다면 어려움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AI를 사용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갖춰야 할 것은 능동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성장을 이루고 싶은지를 스스로 계속 반문하면서 AI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학술적인 공부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단순히 숙제처럼 주어진 일을 처리하기보다, 내가 정말 무엇을 이해하고 싶은지를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려는 태도를 꾸준히 유지하다 보면, 비록 당장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결국에는 분명한 성장이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에서 전기및전자공학부의 기초 과목들을 공부하다 보면 이것이 도대체 내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해보면 기초적인 전공 지식이 실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학부생들이 연구에 조금 더 일찍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내가 왜 공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5. 연구 과정에서 여러 성과를 이루셨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나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그러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교수님의 연구 태도나 접근 방식이 있다면 함께 알고 싶습니다.
졸업식에서 상을 받거나, 좋은 과제를 수행하고 KAIST 교수로 임용되는 감사한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와 함께한 학생들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제 연구실 학생이 IEDM 같은 주요한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을 지켜보았을 때입니다. 함께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결국에는 사람이 잘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연구하던 학생이나 박사후연구원이 교수로 임용되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IEDM에 참가한 권지민 교수님 연구팀
<Section 3> 독자를 위한 말
권지민 교수님 연구실 단체사진1권지민 교수님 연구실 단체사진2
Q1. 연구실에서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을 선발하실 때 수강하고 오면 좋은 과목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자질이 있나요?
반도체를 주로 다루는 연구실이다 보니 반도체 소자, 회로 설계, 시스템과 관련된 과목들을 수강하면 좋습니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면 좋겠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과목들을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오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보다 어려운 순간들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연구실 생활을 즐겁게 보내고 어려움이 생겨도 긍정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2. 교수님께서 학부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경험을 공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부생이라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연구도 꼭 한 번쯤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좋은 환경 속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주어진 환경과 기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학생 시절을 충분히 잘 누리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Q3. 변화하는 AI 시대 속에서 연구자로서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결국에는 생각하는 인간으로 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질문하는 태도를 가지고, 하나의 질문에 오랫동안 머무르며 스스로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판단과 방향성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가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앞으로 AI와의 공존은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를 단순한 도구로 소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업하면서 동시에 남들이 하지 못하는 위대한 일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술이나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유지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의미와 방향을 주는지 스스로 고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우리는 쉽게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정말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 계속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니체의 말처럼,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는 태도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마지막으로 전자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주변을 돌아보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또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개성을 잘 지켜 살아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