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자 공학 기술 발전 전 분야에 걸쳐 가장 공헌도가 큰 기관을 꼽으라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일 순위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IT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현재도 한국 전자 통신 기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EE Newsletter 가을 호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계신 권선형 동문을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사 08학번으로, 강준혁 교수님 연구실 출신인 권선형이라고 합니다. 졸업 후, 현재 ETRI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후배 여러분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Q. 현재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부생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시고, 석사 졸업 후에 취업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현재 석사 학위를 받은 후 ETRI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학사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학사 과정에서 했던 공부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학사와 대학원생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학사에 재학할 때에는 석학들이 기존에 정리해놓은 지식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반면 대학원 과정에서는 학사 때에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스스로 새로운 무언가를 제안하고 검증하는 것이 주된 목표입니다. 저는 학사 과정에서 하는 기존 지식을 단순히 배우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학사 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저만의 새로운 무언가를 연구하고 개발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학부 2학년 때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 먹고 난 뒤에는 학사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분야를 경험하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전공을 찾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개별 연구와 졸업 연구를 할 때에 멀티미디어, 회로, 무선통신 분야 등 여러 분야를 접해보았고 결국 무선통신을 전공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전공 분야에 비하여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학부에서는 잘 짜여진 학교의 교육 과정에 따라 공부했지만, 대학원에서는 자신이 스스로 연구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본인에게 잘 맞고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정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학부 생활은 본인이 어떤 것이 중점을 맞추고 생활하느냐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 저에게 학부 과정은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하고 싶은 연구 분야를 찾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후, 박사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취업을 하게 된 동기는 그 시기가 저에게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생활적인 면부터 모두 동적인 것 보다는 정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연구실에 앉아서 하는 정적인 연구 생활보다는 보다 큰 세상에서 움직이며 경험을 쌓고 싶은 마음이 생겨 취업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박사 과정에 진학하게 될 때에는 석사 진학 시 전공에 대해 고민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연구 분야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소에서 생활하면서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 후 저의 전공이 될 연구 분야를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Q. 현재 일하고 계신 ETRI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주세요.
A. ETRI는 1976년 설립된 이래 지난 33년 동안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IT강국으로 자리매김 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온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 정부출연연구기관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가 휴대폰 강국이 되는데 초석이 된 CDMA 상용화 기술, 내 손안의 TV를 실현시킨 지상파 DMB 기술, 휴대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만든 WiBro 기술 등 IT 분야의 핵심적인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4세대 근거리 무선통신시스템인 ‘NoLA 기술’,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내려 받아 볼 수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콘텐츠 자동 판매기 기술’, ‘IT+BT 융합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가 산업 발전의 초석인 핵심,원천 기술 개발과 융합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ETRI는 최근 미국 Patent Board사의 2010년도 특허종합평가서에서 전 세계 42개 정부기관 중 1위를 달성하여 전년에 이어 연속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국내를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연구기관입니다.
Q. 그렇다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많았을 텐데 ETRI에 입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ETRI의 어떤 특징과 장점이 매력적이었나요?
A. ETRI에 입사하게 된 동기는 박사 진학을 접고 취업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 이유인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나의 연구 역량을 발전시키겠다.’에 가장 적합한 연구 기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ETRI의 가장 큰 매력은 편안한 연구 환경과 연구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입니다.
아무래도 일반 사기업에서는 위계 질서가 강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것보다는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하지만 ETRI에서는 그보다 많이 자신의 연구에 본인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나의 연구에 집중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일반 사기업에서는 상품을 팔아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반면, ETRI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기 때문에 IT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핵심 및 원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즉, 상품화를 위한 연구보다는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선행 연구들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서 ETRI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ETRI가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ETRI의 또 다른 이름은 ‘IT 국가대표 ETRI’입니다. R&D 연구에 최선을 다해 ETRI가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 나가는데 뜻을 같이하고 R&D 연구에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연구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동문께서는 ETRI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A. 저는 2010년 ETRI에 신설 된 창의연구본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창의연구본부에서는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을 선도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 이 중에서도 저는 이동통신망에서 사용자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실시간 멀티미디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동문께서는 ETRI에 전문연구요원으로 입사하셨는데 혹시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해결하려는 남학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A. 올해 가을 ETRI에서 모집한 전문연구요원은 총 6명입니다. 이 6명 중 KAIST 학생 3명이 최종 합격 했습니다. 가을에는 봄에 비해 전문연구요원 자리가 많이 나지 않습니다. 특히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자리가 더욱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석사 졸업 후 박사 과정 진학에 고민이 많은 학생이라면, 전문연구요원으로 일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3년간 연구 혹은 일을 하다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전공이라고 생각되면 3년 후 거취를 옮기거나 그 때 박사 과정에 진학해도 늦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무턱대고 박사 과정에 진학하였다가 도중 회의감을 느끼면 그 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기란 굉장히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충고나 조언 말씀 부탁합니다.
A. 전기 및 전자공학과 후배 여러분! 여러분 모두가 대한민국 IT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입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연구를 하시던 마음속에 항상 ‘IT 국가대표’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신다면 후배님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전 인류가 행복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으시고 그로 인한 행복한 삶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 들려주신 권선형 동문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김민지 기자 / kimminji@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