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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웍스 대표이사 류중희 동문

KAIST 전자과 동문(학부 92)이며, 문화기술대학원의 겸직교수 및 테크노 경영 대학원 겸직교수를 맡고 있는 올라웍스의 대표이사 류중희 동문을 만나보았다.

Q. 올라웍스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올라웍스는 사용자의 메타데이터를 모아 사람과 기업, 사람과 상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회사입니다. 메타데이터란 데이터를 설명하는 데이터이죠. 예를 들어 류중희라는 사람의 몸체가 데이터라면, 류중희라는 사람이 어떤 학교를 나오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메타데이터입니다. 데이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아서 분석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이고, 앞으로 기업들의 관심은 얼마나 많은 메타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집중될 겁니다. 인터넷 상에 사람들이 인생을 기록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죠. 평소에 일기를 안 쓰던 사람들은 블로그라는 새로운 툴이 있어도 귀찮아서 안 씁니다. 올라웍스는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귀찮지 않고 편하게 기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얼굴인식기술을 사용자가 필요로한다면 메타데이터를 뽑을 수 있게 도와주는 툴이죠. 미국의 Facebook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일일이 태그를 붙여야 하지만, 올라웍스의 툴을 이용하면 자동으로 태그를 붙여주니 편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프로그램이 다소 무겁고, 얼굴인식 기술을 강요하는 느낌이 있어서 개선하고 있습니다. 올라웍스는 사용자에게 이런 이득을 주는 대신 메타데이터를 조금 이용할 겁니다.

Q. 어떤 식으로 메타데이터를 이용하는 겁니까?

A. 예를 들어 원하는 광고를 보여주는 겁니다. 사실 광고보다는 정보에 가깝습니다. 광고가 귀찮은 것은 내가 원하지 않는 스팸이 날아오기 때문이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를 내가 힘들게 찾기 전에 누가 주기적으로 제공해주면 오히려 반갑죠. 기업들이 광고를 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싶은 욕구를 TV가 해소해주었고, Google이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를 활용해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광고를 일부 선보였다면, 올라웍스 사용자의 메타데이터를 이용한 광고는 꼭 필요한 광고만을 관심 있는 사람에게 연결해주는 궁극의 광고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Q.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기업을 경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A. 사실 학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고 경영하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이 참 이상합니다. 경영이라는 것은 고객에게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이라는 것은 방식일 뿐이에요. 저는 그저 초등학교 때부터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 재미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이 재미있는 건지 알아야 되고, 그걸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걸 만들기 위해 KAIST를 왔죠. 제가 경영을 하기 위해 특별히 진로를 전환한 계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욕구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Q. 그럼 KAIST에서 배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까?

A. 예. KAIST에서 분석적으로 문제를 보는 방법, 협업해서 문제를 푸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기에 KAIST를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중적분이나 전자기학을 배우는 것은 두뇌 트레이닝이지, 모두 기억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는 공학을 전공해서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봅니다. 경영학만 배우면 돈만 생각하게 됩니다. 공학은 사람과 기술과 경영의 접점에 있습니다. 학교에서 완전히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들이 비용 효율의 개념까지 알려주신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창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는 과목이 적었다는 점이죠. 이런 면에서 기계과에서 들었던 과목이 기억에 남습니다. 공압기를 이용해 자기가 원하는 걸 만드는 과목이었는데, 저는 슬롯머신을 만들었어요. 또 KAIST라는 환경에서 인터넷이라는 혁명적인 것을 남들보다 빨리 접할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전자과 석사와 박사과정까지 마치셨는데, 그 때는 어땠습니까?

A. 석사 때는 교수님이 연가를 가셔서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사 때는 이미 개발된 기술의 성능을 조금씩 개선하는 연구를 하다가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문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지도교수님이신 조동호 교수님께서 혹시 창업을 생각하면 하라고 하셔서 첫 번째 창업을 했습니다. 평소 엄격하신 분이셨지만, 흔쾌히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창업은 지금의 올라웍스가 아니라 모바일 바코드 관련 회사였는데, 제가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고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박사과정 중에 창업한 창업 1세대 중에는 박사 학위를 마치지 못한 경우가 많은데, 전 운이 좋게 ad-hoc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해서 SCI 논문도 많이 내고 졸업했습니다. 처음엔 논문마다 다 게재거부를 당해서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는데, 조금 기다리니 논문들이 연속으로 SCI 논문에 실렸습니다. 논문도 유행이 있구나 싶었죠.

Q. 학계에서 재밌는 연구를 하실 수도 있으실 텐데, 굳이 창업이라는 도전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학계는 초원이라면 업계는 정글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줘야 하고, 반응도 바로바로 오죠. 저는 정글 체질이라고 느꼈습니다.

Q. 창업은 혼자 하시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필요하셨을 텐데?

A. 평소에 친구가 많았고, 사람들을 잘 설득했죠.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그 때 KAIST에는 공부보다 동아리 활동을 위해 쓰는 시간이 더 많은 분위기였어요. 동아리 활동이 공부보다 더 재밌으니까요.

Q. 학부 때도 다양한 활동을 하셨을 것 같은데, 현재도 CEO 외에 강연이나 기타 여러 활동도 하시는 것 같습니다.

A. 전자과를 졸업하였지만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싶었고 그 일환으로 하고 있는 일이 전공과 다른 분야 활동입니다. 그래서 현재 테크노 경영대학원 겸직교수직과 문화 기술대학원 겸직교수직을 맡고 있으며 주말을 이용하여 KAIST 서울 캠퍼스에서 강의를 합니다. 또 문화기술대학원 학생들과의 인연으로 KAIST 축제 ‘완전연소’에서 ‘DJ 훌륭’으로 2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들은 아니지만 저의 이러한 활동들이 후배들에게 진로 선정에 있어서 자신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Q.‘KAIST’드라마에도 출연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A. 그건 유명한 얘기인데. (웃음) 당시 제작진이 석사 1년차 ‘정만수’ 학생이 조교로 수업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는데, KAIST 석사 1년차는 조교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을 들었죠. 드라마 제작진이 KAIST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박사과정 선배가 갑자기 출장을 가서 이를 대신하여 들어가는 장면으로 대체했습니다. 이거 때문에 저한테 뭘 물어보더라고요. 그냥 일상적인 대화처럼 물어봤었는데, 알고 보니 오디션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출장 간 박사과정 선배 역할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주부터 촬영장에 가니 ‘류중희’라는 이름이 대본에 올라와 있고, 그 다음 주에도 올라와 있고, 그런 식으로 계속 하게 된 거였어요.

그 당시에 저보다도 출연 횟수가 적었던 배우 중에 현재는 톱스타가 된 배우들이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연정훈, 김주혁 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민우 씨와 술친구를 해서 궁동에서 술을 많이 마셨고, 요즘도 가끔 연락하곤 합니다.

Q. 현재 다방면에서 성공적인 업적을 이룩하고 있는데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A. TV같은 걸 만들고 싶습니다. TV는 누구나 쓰는 물건이고, 사회와 사람들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꿨습니다. TV 덕분에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 혁신되었고, 결국 그것이 인간을 진화하게 만든 거나 다름없죠. 아주 혁명적인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이나 핸드폰도 결국 사람들이 통신하는 방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TV의 자식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혁신적인 문화적 가치를 갖는 커뮤니케이션 툴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전자과 선배님으로서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현재 KAIST 학생들의 학업 분위기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 당시 학교 분위기는 드라마 ‘KAIST’에 나오는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다들 창의적인 뭔가에 도전하고, 재밌는 걸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학과 과정 외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열정을 바쳤던 ‘괴인’이 되기 위한 ‘괴짜’들의 모임이 바로 KAIST이었고, 이 괴짜들이 현재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140학점을 들으라고 하고, 강의에 나오라고 하는 것도 스스로 선택할 문제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요. 후배님들도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열정을 쏟는 창의적인 학생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숙제해야 돼서 세상 돌아가는 걸 볼 시간이 없다고 하는 건 핑계입니다. 또 즐겁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의 앞날을 단정 짓고, 내가 전자과에서 배운 걸 앞으로 꼭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마세요. 누가 하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안하는 것은 비극입니다.

 

강홍기 기자 / yabifongi@kaist.ac.kr

박진우 기자 / springer@kaist.ac.kr

윤병철 기자 / everou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