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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고문 전 사장 임형규 동문

반도체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여 이제는 생활 속 어디서나 반도체가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산업의 발전과정에서도 역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동문들이 돋보인다. 이번 겨울호에서는 한국과학원 (KAIS) 전기 및 전자공학과 2회 졸업생이자, 삼성 반도체의 신화 창조주역이라 불리는 임형규 전 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번 인터뷰는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었던 임형규 사장의 30여 년간의 경험과 그 당시 산업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였다. 이 외에도 총 동문회장으로서의 임형규 사장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Q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고, 삼성에서 일하시는 동안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A 현재는 CEO의 자문역할을 하는 고문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술최고경영자(CTO) 클럽에 참가하거나 여러 대학교에서 강연하기도 합니다. 강연은 주로 정보기술혁명과 삼성전자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집니다. 과학기술의 큰 흐름이 산업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심이 많아 그쪽 분야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산업 사회에는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분석은 상당히 흥미로운 분야이지만, 특별히 가르쳐 줄 사람이 없어 스스로 해결해 나갈 분야이기도 해 여가에는 이런 쪽에 중점을 두어 공부를 하고는 합니다. 지난 30여 년 간, 초반에는 연구원으로서 활동했고 그 후에 비 메모리 사업을 총괄하기도 했으며 대표이사 부사장, 기술원장 등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Q 본래 연구원으로 들어가시게 되었는데 경영자로서 활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80년대 후반, EEPROM이라는 비 휘발성 메모리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기술 개발은 잘 되었지만, 산업적 가치는 보장할 수 없었습니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성해낼 방안을 생각하던 중 닌텐도 게임기에 사용되던 MASK ROM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MASK ROM은 일본의 한 회사에서 독점하여 닌텐도 회사로만 수출하고 있었기에 대만과 같은 나라에서 게임기를 만들어 팔려고 해도 이 메모리 때문에 도저히 생산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모리는 제작 과정도 EEPROM보다 쉬울뿐더러 만들자마자 대만과 같은 나라로부터 주문 쇄도가 잇달아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MASK ROM의 개발을 시작하면서 큰 가치를 올리자, 경영자가 지녀야 할 능력에 대해서도 인정을 받았고 그에 따라 승진이 따라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어떠한 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는데 이때가 기술자에서 경영자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Q 경영자로 활동하실 때 어떠한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지는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A 연구든 기술 개발이든 성공의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이 그 첫 번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기술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인지,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뜻합니다. 두 번째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입니다. 같은 분야의 기술 개발을 하는 여러 경쟁구도 속에서 이길만한 힘을 갖추고 있는지, 멀리 내다본다면 국외 경쟁력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연구를 하고 기술개발을 해도 이러한 경쟁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그 당시 시장이 있고 위의 요소들은 갖춘 것 같은데 사람이 없는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사람을 영입해서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위와 같은 판단요소들을 이용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활동 당시 애플리케이션 process, 모바일 CPU,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 스마트카드 등과 같은 10개의 사업 팀을 구성했습니다. 그 중에 3~4개는 크게 성공했습니다. 기술 책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연구를 점점 유용성 있는 방향으로 진화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여담으로 지난 3~40년간 지속해 오던 Moore’s Law가 어느 정도 정점에 도달했다고 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앞으로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어떨 것이라고 보십니까?

A 반도체 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반도체의 Shrinking process 속도가 과거에 비해 더뎌진 것은 사실이나 이 사업은 나름대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Moore’s law가 발표되는 기점으로 산업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현재 느려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반도체가 더욱 빛을 발할 분야는 주로 응용분야에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는 전력, 전기 반도체와 바이오 센서 반도체 등을 예시가 있습니다. 이런 식의 발전은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이고 반도체 산업은 유망하리라 봅니다.

Q 경영자로 활동하실 때 신 사업 발굴을 위한 새로운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재를 뽑을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A 어떤 일을 하든 기본 실력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산업체에서 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기본실력에 주위와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능력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연구원으로서 처음 입사할 때는 이러한 두 가지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단계가 올라갈수록 필요해지는 능력이 더 증가하겠지요. 이는 프로야구 선수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잘하는 사람은 선수로 활동을 하겠지요. 하지만 그와 더불어 사람들을 잘 인도할 수 있고, 좋은 의견을 낼 수 있다면 선수 겸 코치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올라가 감독을 맡게 된다면 위의 능력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넓게 아는 것과 리더십 등의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겠지요. 이러한 폭넓은 능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인문, 사회적 요소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두고 이해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 이러한 부분에서, 선배님께서 ‘先 실무 後 이론’ 교육 방법론을 제시하셨다고 들었는데, 과거 선배님의 경험에서 나온 것인가요?

A 네, 그렇습니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책을 통해서만 공부하다 보니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공부하는 법만을 배우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원이 되고 기업에서 일하면서 꼭 공부만이 아니라 소통, 협상, 사람과의 관계 등의 사회적인 능력도 굉장히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잘 이해가 가지 않던 부분들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 해보고, 실제로 만들어보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즉 직접 해보는 것이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보다 더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를 가려던 생각도 있었기에 삼성 반도체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반도체에 들어갔습니다. 그 당시 회사에서 2명을 뽑아 한국과학원에서 공부를 시켜 주어 그 기회를 통해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과학원(KAIS)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한참 실험장비가 들어오던 때였기에 학생들이 직접 실험실을 꾸몄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photo room을 담당했는데, 그 당시 해봤던 일들이 나중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데 이론적인 공부보다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선배님께서 KAIST에 다니실 때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A 그 당시 살아있는 첨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발전된 시설과 훌륭하신 교수님들,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인 만큼 그 안에서 생활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당시 한국과학원 한 학년 전체는 140명 정도였고 전기 및 전자공학과의 정원이 30명 정도였습니다. 숙제도 매우 많았고 새벽 2~3시까지 연구와 숙제를 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종종 6개월이 지나면 졸도하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Q 그렇다면, 그러한 치열한 생활 그리고 그 후의 선배님의 삶에서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때에 맞게 후회 없이 그 상황에 충실하게 행동했던 것과 열정, 자신감이 원동력이었습니다. 학생이라면 그때에 맞는 것은 공부일 것이고, 연구원이 되었다면 열심히 연구하는 것이 상황에 맞는 것이겠지요. 이렇듯 주어진 상황에 맞춰 자신 있게 최고의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누구든지 멋진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열정, 자신감,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면 나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여러분은 KAIST의 구성원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삶을 살아가는 큰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현재 KAIST 동문회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신 데 하게 되신 계기나 앞으로 해나갈 방향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KAIST에서의 생활이 힘들기도 했지만, 이 곳에서 공부한 것이 저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고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특별히 더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삼성에서 KAIST와 지속해서 협력을 했었기에 이러한 계기로 동문회에 참가했고, 시간이 있을 때 제대로 기반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에 동문회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학교의 명성,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은 동문회가 덜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이는 이공계만 있다는 것과 처음에 학사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그래서 학사 1회 동문의 참여를 더 많이 모으고자 합니다.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은 전에 2년간 했던 것처럼 홈페이지 개설 및 기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또한, 작년에 학교 내에서 했던 멘토링 콘서트를 최소 1년에 한 번 지속해서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동문 단합대회나 동문 장학 재단 등을 튼튼히 해 나가 기반을 다져 놓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렇듯 기반을 확고히 해 놓는다면 앞으로 동문회가 잘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임형규 전 사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용어풀이

*EEPROM (Electrically Erasable Programmable Read-only Memory): 비 휘발성 메모리(NVM)의 하나로 전기적으로만 지울 수 있는 PROM으로 칩의 한 핀에 전기적 신호를 가해줌으로써 내부 데이터가 지워지게 되어 있는 롬이다.

*MASK ROM: 기억 정보 고정의 판독 전용 기억 소자로 바이폴러와 MOS로 분류된다.

*Moore’s law: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양유진 기자/ yyj268@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