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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우정호 박사

현대인의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반도체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 디지털문명 시대의 주인공이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exas Instruments, 이하 TI)사는 20세기 반도체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반도체 회사 중 하나이다. 이번 EE Newsletter 여름호에서는 현재 TI Dallas Campus에서 활발히 연구중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98학번 우정호 박사를 취재하여 TI에서의 연구생활과 공학자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98학번 우정호입니다. 어릴 적부터 과학자가 꿈이었고, 꿈을 좇다 보니 대구과학고를 거쳐 KAIST에 입학하였습니다. 2008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학교를 떠나 현재 TI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Q. TI는 어떤 회사인가요?

A. TI하면 많은 사람들이 공학용 계산기를 떠올리지요. TI는 세계 최초로 DSP(Digital Signal Processor)를 개발하여, 이를 기반으로 공학용 계산기를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날로그 소자를 개발하고 있으며, 2년 전에는 National Semiconductor를 인수하여 아날로그 소자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반도체 회사이기도 하고요.

Q. TI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A. 현재 하는 일은 “OMAP Multimedia System Architect” 입니다. OMAP이라는 것은 TI에서 개발한 휴대기기용 멀티미디어 소자로, 주로 휴대폰의 카메라/비디오 기술 등에 적용됩니다. 적용사례를 간단히 언급하자면, 최근 삼성전자의 Galaxy Prime 및 LG전자의 Optimus3D, Motorola Droid 등의 제품에 OMAP4 Processor가 사용되었습니다. 저는 OMAP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구조적인 분석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maging sub-system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구조에 대한 것을 고민하고 있고, GPGPU (General Purpose Graphics Processing Unit)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Q. TI에 오기까지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대학원에서 “휴대폰용 3D GPU의 설계 및 구현”이라는 주제로 학위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휴대기기용 SoC의 구조나 성능 분석, MobileAP와 3D GPU 등을 다루어 본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마트폰의 급격한 성장으로 MobileAP가 휴대폰 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고, 제 경험 덕분에 졸업 후 2년간 LG 전자 휴대폰 사업부의 기술전략팀에서 MobileAP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아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TI에 와서 Multimedia System Architect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물론 노력도 했지만 굉장한 행운이 따라주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박사학위 연구주제가 산업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받는 시점에 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반도체 설계를 전공하다가 우연히 LG전자에서 휴대폰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전략 수립이라는 다른 분야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이 때의 경험이 현재 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 분석을 함에 있어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Q. TI는 해외 기업입니다. 국내의 연구환경과 크게 다른 점이 있나요? TI만의 특징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떠한지, 한국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합니다.

A. 먼저 TI에 와서 느낀 것은, Design procedure가 잘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인 만큼 컨셉트 발굴에서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프로시저(procedure)가 있어, 각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일반적인 해외 기업의 연구환경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 비해 보다 자유롭게 일을 하는 것 같긴 합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일정이 거의 없고,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 할 뿐이지요. 일을 하는 과정이 어찌됐든 주어진 일만 무사히 끝내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생활이 여유로운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각 개인이 처리해야 할 일이 결코 적지 않은 양이기에 정말 열심히 일을 해야 합니다. 책임감도 더욱 무겁게 느껴지고요. 물론 집에 일이 있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생겼을 때 시간을 자유롭게 할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족들은 아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작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드네요.

Q. TI에서 한국인의 위상은 어떠한가요?

A. 현재 TI Dallas Campus에 약 100명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는데, 회사 전체적으로 한국인은 똑똑하고 일을 아주 잘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 TI에서 훌륭하게 일을 해낸 많은 선배님들의 노력 덕분인 것 같습니다.

Q. 오랜 기간 동안 공학자로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제 경우에는 학위 논문 주제를 바탕으로 연구 범위를 조금씩 넓혀 왔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즐겁게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차근차근 제 영역을 넓히며 즐겁게 일한 것이 바로 지금까지 계속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Q. 대학생 때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나 ‘대학시절 이것만은 꼭 해봐야 한다’라고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A. 제가 학부생일 때 국토대장정이 한창 유행했었는데, 경쟁률이 너무 높아 못해 본 게 못내 아쉽네요. 그걸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제 한계에 부딪쳐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대장정이든 다른 무엇이든 본인의 한계에 도전 해보는 경험을 해보길 권합니다. 학부, 대학원, 그리고 사회생활. 어쩌면 한 단계를 지날 때마다 더 큰 벽을 마주하게 되고 더 큰 시련과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들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20대 초반에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것을 뛰어넘어 보는 것이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배낭여행도 권하고 싶네요. 패키지 투어 말고, 계획부터 실천까지 혼자 힘으로 고민해가며 하는 여행을 말합니다. 국내든 해외든 스스로 세상에 부딪히다 보면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Q.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꼭 공부해보고 싶은 전공분야가 있으신가요?

A. 전자공학도 재미있긴 하지만, 응용학문이다 보니 어떠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 보다는 응용방법과 그에 따른 파생효과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순수학문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인문학이 될지, 철학이 될지, 혹은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순수 과학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오랜 세월을 고민해오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탐구해보고 답을 찾는, 그런 심오한 학문을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Q. 선배님께서 추구하시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다소 추상적이지만 제 궁극적인 목표는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 행복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할 수도 있고, 그 행복을 위해 시간을 벌어야 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행복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행복하기 위해서는 제 스스로가 행복을 느껴야 함은 물론이고, 제가 하는 일이 가족들의 삶에도 도움을 주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미국 행을 결정한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도 있었겠지만, 하루라도 더 젊을 때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워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면, 훗날 나와 내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그런 마인드로 이곳에서의 생활에 아주 만족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KAIST 학부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생각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처음 EE Newsletter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교수님을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하며 석사 입시 준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축제 기간에 전자과 클럽을 운영했었는데,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내부 장식을 고민하고 음악을 선정하며 과 동기들과 열심히 준비했던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전자공학실험3”도 잊을 수 없는 KAIST의 추억이지요. 브레드보드(breadboard)에 아날로그 라디오를 구현하고 back-end 단을 PC와 연계하여 디지털 라디오를 구현하는 실험이었는데, 며칠 밤을 지새우며 실험하다가 라디오에서 소리가 날 때의 그 희열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공부하고 연구했던 시간들, 그리고 놀았던 추억 등 많은 기억이 스쳐지나갑니다. 저는 이 모든 시간들을 “치열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KAIST 후배들에게도 “치열해져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무엇이든 치열하게 즐길 줄 아는 후배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놀 때든,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할 때에든, 정말 그 순간만큼은 치열하게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 보고, 그 과정 자체가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것인지 느껴보길 바랍니다.

물론 저 역시도 아직 내공이 미천합니다. 때로는 나태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매일 아침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놀고 일하자”는 다짐을 하며 지난 날을 돌이켜 보고 더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한 순간들이 쌓이다 보면 내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조정우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원희 기자 / k20090196@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