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PEOPLE & LIFE

동문인터뷰

구성원

PEOPLE & LIFE

동문인터뷰

동문인터뷰

디지탈아리아 이창권 동문

이번 가을학기가 끝나면, 많은 4학년 이상의 학부생들이 각자에게 맞는 진로를 선택하여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게 된다. 대부분의 카이스트 학생들은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 취업하기보다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가는 등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남는다.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학우가 적기 때문에, 타 대학에 비하여 취업을 준비하려는 학우들이 정보를 얻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번 겨울호에서는 학우들의 대기업 취업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04학번 이창권 동문을 인터뷰해 보았다.

Q. 디지탈아리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디지탈아리아는 임베디드 2D/3D 멀티미디어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Graphic User Interface(GUI)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는 벤처 기업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임베디드 디바이스에서도 부드럽게 동작하며 화려한 이펙트를 보여줄 수 있는 GUI를 공급하고자, 연구와 개발을 하는 업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LG Cookie Plus, Samsung Nori, AMOLED 등의 피처폰들을 비롯하여 LG Optimus 2X의 뮤직 플레이어, Samsung Galaxy Tab e-book, KT TAKE 1, 2 등의 스마트 디바이스에도 디지탈아리아의 GU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마케팅에도 비중을 두어 중국의 삼성이라 불리는 Huawei와 일본의 Sharp, Kenwood 등의 기업들과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과 분야에 도전을 하는 밝은 분위기의 건강하고 진취적인 기업입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현재 회사에서 하는 일은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으로, 회사의 GUI 솔루션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 기술 관련 커뮤니케이터로도 일하고 있는데, 카이스트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영어공부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던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였습니다. 덕분에 현재는 해외로 파견을 나와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전공과는 거의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분들이 지금 하고 있는 공부와 활동 하나하나가 초석이 되어 여러분들의 걸어갈 길을 구성하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기억해두셔야 할 것은 여러분들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게 되면, 정확히 자신이 전공한 분야의 일만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것입니다.

Q. 취업을 하기 전에 군 복무를 하셨을 텐데, 군대에서의 경험이 취업이나 진로 결정에 도움이 되었나요?

A. 단도직입적으로 “예!” 입니다. 질문에서는 취업이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었냐고 되어있지만, 저는 인생 전체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KAIST 학우들은 주로 군대에 안 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을 2년 동안 군대에서 보내도록 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군대에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군대를 다녀 오는 것의 첫 번째 장점은 건강해진다는 것입니다. 대체적으로 카이스트 학우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공부하는데 시간을 더 투자해서인지, 체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저도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철마다 감기는 필수과목처럼 거쳐갔고, 일 년에 한번쯤은 크게 아팠습니다. 하지만, 군대를 갔다 와서는 병원을 방문한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합니다.

두 번째 장점은 마음가짐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대를 가기 싫어하는 이유는 군대에서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집과 학교만 왔다 갔다 하며 공부하는 것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당연히 더 많이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군대에 있으면 여러분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가족, 친구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군대를 다녀 오면,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미리 많이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취업을 하여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는 윗사람을 대하는 방법과 아랫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당하게 생각되는 상황은 물론, 평소에 겪어보지 못했던 큰 시련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군대에서는 이러한 상황들을 미리 겪어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군대에서 얻는 것도 많은 반면 잃는 것도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도 안 가기 때문에 나도 가지 않겠다.’ 또는 ‘그냥 힘들 것 같아서 가지 않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군대문제를 회피하려 한다면 ‘잃는 게 무서워서 얻는 것을 포기하겠는가?’ 라는 말을 한번 더 생각하고, 부딪혀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하여 지식적인 측면 외에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제가 카이스트 학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카이스트 학우들은 고등학교 때 모두 학교에서 우수한 인재로 인정을 받아서 카이스트를 입학할 기회를 얻어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높고, 토론 등의 의견 조율에 있어 자존심이 매우 강합니다.

대부분의 학우들은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한 타입은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타입이고, 나머지 한 타입은 그냥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자세로 결정되는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타입입니다. 두 부류 모두 문제가 많습니다. 사회에 나가게 되면 여러분들은 보통 가장 졸병의 위치에 위치하게 됩니다. 자신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관철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대로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기기에는 자기주장이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기 쉽습니다.

덧붙여 누가 들어도 일리 있는 주장을 펼치더라도, 하급자라는 이유로 상급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카이스트 학우들이 꼭 갖추었으면 하는 덕목은 “배려를 동반하여 남을 설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주관적인 생각보다는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해주는 태도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학부 때의 전공 공부나 연구 경험, 동아리 활동 등이 각각 직장생활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A. 지금 하는 일이 전산 쪽에 치우쳐져 있기 때문에 전공 공부나 연구 경험, 동아리 활동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든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들이 자신의 밑바탕이 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그렇게 진득하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오면서 대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은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데 베이스가 될 내용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전공 내용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할 때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대학교 때는 자신이 잘 하지 못해도 조원이나 친구들에게 묻어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냉정합니다. 자신이 정말 해당 과제에 대해 이해하고 그 문제를 풀어나갈 능력이 없다면 금방 도태됩니다. 카이스트는 학습하는 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습관을 만들기에 좋은 환경을 가졌다고 봅니다. 잘하면서도 더 열심히 하는 학우들이 도서관에 가면 많이 있거든요. 결론은 이것입니다. 전공 공부도, 연구도, 동아리 활동도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고, 주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직장 생활에서도 이 태도를 유지하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사랑 받을 수 있음을 장담합니다!

Q. 진로 분야에 대해 고민할 때, 어떤 것에 주로 유의해야 할까요?

A. 제가 취업준비를 할 때는 물론, 지금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나 후배들을 보면 모두들 대기업 취업 또는 벤처기업 설립을 진로로 결정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공부를 열심히 했으므로 대기업에 가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능력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있으니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것도 역시 당연하게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벤처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학우들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대기업 취업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이 적성과 비전, 흥미를 바탕으로 지원하기보다는 높은 보수와 사회적 지위에 더욱 초점을 두는 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두 가지 방향이 무조건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돈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혹은 사회적 입지가 낮다는 이유로 벤처기업 취업을 아예 논외로 놓는 점을 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취업 할 때 대기업 여러 곳에 원서를 썼으며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는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으며,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회사를 선택하기까지 많은 갈등이 있었고, 당시 사회에 미리 진출하신 선배들에게 상담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벤처기업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짧은 시간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경험을 빠르게 쌓을 수 있으며, 기업 분위기도 대기업에 비해 많이 자유분방한 편이기 때문에 사회적 인간관계를 넓히기에도 더 좋다는 것입니다. 또한 벤처 창업에 비해 같은 비전을 공유한 회사를 찾는다면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스스로에게 던졌던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기업에서 무수히 많은 직원 중 한 명이 되어 일을 할 것인가’, ‘벤처기업에서 핵심인원이 되어 “함께” 회사를 키워나갈 것인가’.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여러분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A. 우리 카이스트 학우들이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어 행복했으면 합니다. 카이스트 학우들이 주변의 기대와 사회적 지위 등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남들보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행복하지 않아 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더라도,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더라도,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랐더라도 본인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것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명한 여러분이라면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학창시절에도, 그리고 후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도 여러분께 행운이 함께 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인터뷰에 시간을 할애해주신 이창권 학우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손지용 기자 / jysohn1108@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