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8일부터 9월 9일 양일간 2011 KAIST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올해 졸업 예정인 학부생들과 대학원생들 중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였다. 아직 학부과정에 있는 대다수의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우들은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으며 실제로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하는 학우 또한 적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졸업예정자들 또한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취업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기회에 학우들의 대기업 취업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들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04학번 백건 학우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Q. 현대중공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 처음에 현대중공업은 조선업을 시초로 유럽에서 수주를 받아 울산 조선소에서 시작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을 시작할 때에만 해도 국내에서 조선업을 하는 회사가 드물었기 때문에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요즘에는 다른 회사들이 많이 생기면서 조선업을 기반으로 하지만 해양, 엔진, 기계, 플랜트, 그리고 전기,전자 시스템에 관한 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입니다. 한 마디로 종합중공업 회사입니다.
Q.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최근 신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함에 따라서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흔히 ‘그린에너지’라고 불리는 이러한 에너지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특히 저는 풍력발전기 설계와 개발 중에서도 시스템 제어부분을 맡고 있습니다.
Q.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취업하여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것이 있나요?
A. 장단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확실히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분들은 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의 폭이 넓습니다. 하지만 다른 학교 출신들은 학문적인 부분보다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다뤄왔기 때문에 그러한 점에서 뒤쳐지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입사 초기부터 신입사원에게 일반적으로 맡기지 않는 R&D 업무, 특히 연구소에 맡기기엔 수준이 낮고 회사 측에서 개발하면 유익할만한 업무들을 맡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확실히 취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KAIST 출신들은 많이 유리한 것 같습니다. 반면,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놓친 것도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Q. 취업을 하기 전에 군대를 갔다 왔을 텐데, 군대에서의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A. 군대에서 2년을 보낸다는 사실이 아까울 수도 있지만 소중한 젊은 날의 2년이 앞으로의 수십 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저의 경우에는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사람을 상대하는 방법이 많이 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친구들보다 더욱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추상적인 생각보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고려를 하게 되었습니다. KAIST 학우들은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도 추상적이고 막연한 생각만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비해 저는 전역 후 진로 결정에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후회없는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Q. 사회에서 활동하기 위하여 지식적인 측면 외에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항상 느끼는 거지만 KAIST 학생들은 어떤 면에서든 굉장히 특별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각각의 개성이 굉장히 강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개성이 강하고 모난 사람보다 둥글둥글하고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또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만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쌓이기 마련인데 이런 것들에 대한 적절한 표현방법이나 해소방법을 익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KAIST 학생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 안에서 제한된 사람들과 만나거나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다른 사회활동을 많이 안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그들의 대화를 이해 못하고 심지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면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즐기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심리학 책도 다수 읽었습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어떻게 말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납득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회사에서는 상대방의 호감을 사는 법과 좋은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한 데,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프레젠테이션 능력입니다. 일반적으로 KAIST 학생들도 수업 중에 다양한 프레젠테이션을 해봤을 테지만, 그러한 프레젠테이션들은 대부분 지식전달의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지식의 전달이 우선시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말하는 좋은 프레젠테이션은 듣는 사람의 요구에 잘 맞추어 말하는 프레젠테이션입니다. 듣는 사람이 누구인지, 듣는 사람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 잘 알게 되면 업무에 관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Q. 전공지식 외에 어떤 지식들을 공부하는 것이 회사에서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A. KAIST 학생들은 타교 학생들에 비하면 전공 지식에 있어서는 굉장히 깊이 있게 공부하는 편이지만 사실 사회에서, 또는 연구실에서 일을 시작하면 출발선은 모두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전공지식의 깊이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배움의 속도입니다. 부전공이 됐던 독서가 됐던 다양한 분야에 대한 주변지식의 양이 많다면 배움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직장생활 중 에피소드를 말씀 해주세요.
A. 직장생활 중에 느낀 점은 말을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한 여성분을 소개받아 만난 후에 괜찮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얘기가 회사 안에서 돌고 돌아 결혼한다고 소문이 난 적이 있다. 회사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의식하기 마련인데, 특히 소문의 경우에는 말하는 사람이 듣는 것과는 다르게 말하고 싶은 방향으로 말하기 때문에 말 한마디를 쉽게 내뱉으면 안됩니다.
다른 에피소드는 제가 면접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제가 현대중공업 임원진 면접을 볼 때 여러 면접관들 중에 무서운 표정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생각했을 때 날카로운 질문들에 다른 지원자들보다 비교적 침착하게 잘 말했던 것 같습니다. 입사 후에 전기전자 사업부 OT에 갔을 때 보니 그 면접관이 본부장님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이 저를 단번에 알아보셨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다는 건 중요한 일이고 또한 저도 다른 사람이 저를 알아봐 준다는 것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Q. 직장생활이 대학생활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일단 제 경우에는 대기업에 취업하여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들보다 비교적 많은 보수를 받고 있습니다. 때문에 등록금을 내고 공부를 하던 학생시절과 다르게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고 이에 따라 돈을 쓰는 즐거움이란 것이 더 생겼습니다. 그리고 회사원은 1년에 주어지는 휴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주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그런 면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주어지는 방학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습니다. 학부생 여러분은 꼭 긴 시간 주어지는 방학기간에 나중에 해볼 수 없는 일들, 특히 장기간 해외여행을 계획적으로 하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KAIST 학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A. 제가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했기 때문에 학부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올해 KAIST 취업박람회는 작년보다 활발히 진행되긴 했지만, KAIST 학생들은 대체로 취업에 대한 생각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선배들에 대한 정보가 적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 있어서도 타교 학생들에 비해 정보가 굉장히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제 경우에도, 생각보다 취업을 준비하는 데 굉장히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를 도와주거나 알려줄 사람이 학교에서 찾기 힘들었고,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모아서 준비도 해보았지만 이에 대한 피드백피드백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또한, 누구나 젊은 시절에 그러하듯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긴 시간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하여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저는 진로 결정이 공부보다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더라도 공부의 목적을 확실히 하고,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필요한 일을 해나가야 됩니다.
만약 KAIST 학생 여러분들 중에 취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다면 저를 비롯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사회에 대하여 현업에 종사하는 선배들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한다면 대부분의 선배들이 도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 시간을 할애해주신 백건 학우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김기표 기자 / gadang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