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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기술연구원 김상훈 동문

현재 우리는 고도화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하듯, 정보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방송국은 신속하고 정확한 소식을 전해준다. 이번 EE Newsletter 여름호에서는 우리나라 KBS 방송기술을 책임지고 계시는 김상훈 동문을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저는 KBS 방송기술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는 KAIST 전자과 대학원 98학번, 김상훈입니다. 먼저 인터뷰 요청을 받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은 KAIST 후배님들이 방송기술 분야에 많이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진로로 고민하는 후배님들에게 나의 사례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Q. 다른 과도 많은데, 전자과를 전공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전자과는 원래 가고 싶었던 과는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에릭시걸의 닥터스란 소설을 너무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하버드 의대생들의 성장과정을 다룬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수능 1세대인데 그 해에는 수능 2번, 본고사, 논술시험이 있었습니다. 내신은 1등급이었지만 수능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핑계라면 고3 초기 3개월 심한 빈혈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담임선생님은 저에게 전남대 의대를 권유하셨지만 지방대 의대는 아닌 것 같아 명문대에서 의대 다음으로 좋은 과를 지원하자고 생각했고, 당시 그게 전자과였습니다. 전자과에 대해 잘 모른 상태에서 선택한 셈이었죠. 막상 전자과를 들어가 공부하니 서울대 의대에 대한 미련이 계속 있었습니다. 같은 과 친구들 중에도 휴학하고 재수해서 서울대 의대간 친구도 있었으니깐요. 전자과 공부도 그다지 재미있진 않았고 적성에도 맞지 않았죠. 그런데 성적은 공부한 것보다 잘 나왔습니다. 매 학기 학점이 4.0이 넘었으니깐요. 나중에는 교수님들 중에 유학까지 지원해 주겠다고 자기 연구실에 오라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러다 졸업 무렵에 고민 끝에 카이스트 전자과 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Q. KAIST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었나요?

A. 연구 분야에 대한 결정도 결국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Medical Imaging쪽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KAIST 나종범 교수님 연구실을 지원하였습니다. 2D 단면 영상인 MRI, CT를 3D로 재구성하여 진단 및 치료에 도움을 주는 3D 볼륨 렌더링 분야, 그 중에도 가상 내시경 분야를 연구하였습니다. 가상 내시경은 의사들에게는 정확한 진단과 숙련을 가능하게 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실제 내시경을 하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분야입니다.

Q. 방송기술직으로 진로를 정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A. KAIST 대학원에 다닐 무렵은 제 나이가 20대 중반이었습니다. 진로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해야 하는 나이였죠. KAIST에서 Medical Imaging 분야를 연구하면서도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연구한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졌고 교수님께 휴학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복학할 무렵에는 졸업은 하고 전문연구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한 후 다시 생각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복학해서도 주중에는 열심히 했지만 주말이면 학교에 있는 날이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논문 쓴다고 주말 오후에 연구실 가고 아니면 기숙사에서 쉬고 하였지만 저는 전국 여행을 다녔으니깐요. 심지어는 논문심사가 있는 전 주에도 여행을 갔습니다. 주말여행은 저에게 확신이 없는 분야를 하고 있는 공허함에 대한 충전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이때의 방황이 연구만 했다면 갖기 어려웠을지 모르는 인문학적 사유의 폭을 넓혀준 계기가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졸업 무렵에는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였습니다. 일단 박사는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는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석사 졸업 후 친구들의 일반적인 선택은 삼성이나 LG였지만 기술 중심의 딱딱한 분위기의 회사보다는 사람 냄새가 나는 창의적인 회사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KBS에서도 전문연구요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PD, 기자, 아나운서, 방송기술, 방송경영, IT 등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가진 창의적 지성집단이 모여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때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도 공학박사보다는 MBA 쪽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Q. 방송기술직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방송기술직은 방송 프로그램이 제작되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업무는 기술관리, 방송기술연구, 방송제작기술(TV제작, 중계, 라디오, 보도), 송출 및 송신기술 분야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기술관리 부문은 기술정책수립 및 기술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방송기술연구 부문은 뉴미디어 및 디지털 방송 시대에 필요한 제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방송제작기술 부문은 각 분야별 고유의 제작기법에 따라 고품질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송출 및 송신기술 분야는 제작된 프로그램이 편성에 따라 정확하게 송/중계소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와 무선채널을 통해 최적의 방송품질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KBS에서 선배님이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A. 입사 초기에는 지방자치선거, 보궐선거, 대통령선거 등 3번의 선거 개표방송 업무를 하였습니다. 선관위로부터 개표 상황 데이터를 받아 이를 그래픽과 영상 효과를 제공하는 렌더링 엔진에 전달하여 최종 화면을 제작하는 일이었는데 내가 만든 화면을 전국의 시청자들이 직접 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때의 업무는 방송 제작 분야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 2003년부터 모바일 방송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DMB 관련해서 동영상 실험방송 국책과제, 다중화기 개발 국책과제, 비디오 부가데이터 서비스 개발, DMB 측정시스템 개발, DMB 핸드오프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였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모든 방송매체의 수신품질을 통합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05년 과학기술우수논문상 수상, 2007년 방송사 최초 전파방송신기술상 대통령상 수상, 2009년 연구소 최초 KBS 특별인센티브 수상, IEEE, NAB, IBC, ABU, 통신학회, 전자공학회, 방송공학회 등 논문 및 기고문 30여 편 이상 발표, 특허 15건 출원 및 등록 등의 성과도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KBS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지상파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고 방통융합 시대를 선도하여 BBC와 NHK에 견줄 수 있는 글로벌 공영방송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KBS가 기술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습니다. 많은 KAIST 후배님들이 방송기술에 관심을 갖고, KBS에 입사하여 저와 함께 글로벌 KBS를 만드는데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Q. 끝으로,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첫 번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하루를 24시간 이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동하는 시간, 화장실에서 시간, 불필요한 웹서핑 시간 등 무심코 흘려버리는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전자신문을 보거나 경제신문을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기 앞서 무심코 낭비하고 있는 시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멘토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멘토는 주변인일 수도, 사회적 명사일 수도, 역사적 위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씨를 멘토로 삼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 미래를 읽는 통찰, 진지하고 성실한 삶에 대한 태도는 제게 삶에 자극을 주고, 삶의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지식을 특정 분야에 국한시키지 말고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상상력을 동원하고, 분해하고, 재결합하고, 재창조하여 무한응용을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조금 더 빨리 세상의 변화를 읽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PC를 만들던 애플과 포털 사업을 하던 구글, 휴대폰 제조사인 삼성이 같은 휴대폰 시장에서 상호 경쟁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읽고 미리 대응한 기업들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자기 분야만 고집하던 기업들은 고전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객관적 성취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학점, 토익점수, 논문, 특허, 포상, 장학금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객관적 성취로 남는 것이고, 도전에 대한 동기유발 역할도 합니다. 동기유발이 없는 도전은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중도포기하기 쉽습니다. 객관적 성취 지표들을 잘 마련해 놓으면 향후 학업이나 연수, 승진 등에서 각종 기회를 갖기 용이합니다.

다섯 번째는 경제, 경영, 영어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공학은 순수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입니다. 이는 기술적으로 최고인 것보다는 시장에서 선택되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다 나은 공학도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는 눈을 제공하는 경제, 경영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영어 공부도 중요합니다. 논문 작성, 자료 조사, 해외 전시회, 학회, 컨퍼런스에서 예외 없이 영어를 사용합니다. 평상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기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다른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직관과 통찰을 쌓는데 노력하는 것입니다. 2000년대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시대입니다. 사람이 원하는 기술,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기술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전문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과 함께 사람에 대한 학문인 인문학에 대한 소양을 쌓는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니체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호의를 가지면 그것은 내 것이 된다.’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순 지식의 습득이 아닌 흐름을 읽는 직관과 통찰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헨리포드가 자동차를 처음 발명했을 당시 기차보다 비싼 자동차 가격에 수많은 언론이 그를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동차의 장점과 함께 대량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에 의해 가격은 낮춰질 것이고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록펠러는 주요 도로에 주유소를 세우기 시작했고, 결국 이러한 록펠러의 통찰력은 그를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부를 거머쥐게 합니다.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인류의 문명은 0.1%의 천재와 천재를 알아보는 0.9%의 통찰력 있는 인간에 의해 발전했고, 나머지 99%를 잉여인간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천재는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지 정규교육 학업성취도에 의해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찰력 있는 인간은 폭 넓은 독서, 각 분야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의 의견,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자신만의 사유를 하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후천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했을 당시 글로벌 시장은 노키아와 삼성이 지배하고 있었고, 컨텐츠 유통시장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갓 휴대폰 시장에 진입한 애플에게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결합하여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관점, 사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관점,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유통의 관점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애플은 개방형 생태계 구축과 밸류체인 변화를 통해 기존의 레드오션을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시대 개막이라는 블루오션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2009년 삼성전자의 휴대폰 분야 매출은 42조, 애플의 아이폰 매출은 18조인데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면 삼성전자는 4조, 애플은 5조입니다. 사람 중심의 시대, 수평 네트워크 시대라는 흐름을 앞서 읽은 애플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애플의 사례처럼 직관과 통찰에 의해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사람 중심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운이란 기회와 준비가 만나는 것이다.’라는 것을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운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사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준비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한 결과입니다. 많은 KAIST 후배님들이 이러한 운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전자과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김상훈 동문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배민정 기자 / timon@kaist.ac.kr

유솔지 기자 / solji0329@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