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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황찬수 동문

전자공학분야의 태동기에서 기업부설 연구소는 그야말로 전자공학의 기초를 닦으며 지금의 IT세상을 구축하는데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에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 중, KAIST 학사, 석사 및 미국 Stanford University 박사 졸업 후 삼성전자 내 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는 황찬수 동문을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A. 반갑습니다. 저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부93학번, 석사 97학번으로, 이용훈 교수님 연구실 출신인 황찬수라고 합니다.

Q. 먼저 어떤 이유로 전자공학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개인적으로 사회 속의 EE인으로 인터뷰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도 이 글을 읽을 수많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부 때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수리과학과/전기및전자공학과/생명과학과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1학년 때 동아리의 전자과 선배들께서 전자과가 제일 좋다고 하시길래 막연히 전자과에 적을 달게 되었습니다만, 한 학기씩 수학과/생물과 과목을 같이 들어 보는 방식으로 다른 전공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막상 해보니 저한테는 전자과가 잘 맞아서 전자과에 남기로 3학년 1학기 말에 결정했습니다. 사실 다른 학과 성적이 워낙 나쁘게 나와서 어쩔 수 없는 이유도 있었고요. ^^

전자과에 남기로 결정 한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수학을 재미있어 하는데, 수학적 툴을 많이 쓰면서 동시에 엔지니어링을 하는 학문이 바로 전자공학이기 때문입니다. 이용훈교수님 연구실에서 하게 된 뉴럴넷 (Neural Network) 과 통신을 주제로 한 개별연구가 제게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기에 그래서 통신분야를 전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이용훈 교수님께서 허락해주셔서 3학년 2학기 겨울부터 석사 때까지 쭉 그 실험실에서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Q. 이용훈교수님 연구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이 연구가 이후의 선배님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A. 3년간 주로 한 일은 DSP Chip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DSP Chip은 여러 신호를 받아서 원하는 신호를 만들어 내는 것을 디지털 영역에서 수행하는 Chip이고, 주로 많이 수행하는 연산이 덧셈, 곱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CPU와는 다른 식으로 설계를 해야 합니다. 이 때 어떤 신호를 다루느냐에 따라 DSP에서 필요한 연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저희 연구는 다루는 신호에 따라 DSP Chip자체가 변화하는 구조를 만들고 실제 Chip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중 제가 한 일은 통신 신호 처리에 필요한 연산들은 정의하고 유럽에서 사용하는 GSM 전화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었고요.

좋은 결과도 많이 냈고, 논문도 많이 쓰고, 실제 Chip도 만들어 봤던 것은 좋았지만, 제가 원래 원했던 수학과 엔지니어링을 동시에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별로 관계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박사는 진학하지 않고, 삼성종합기술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Q. 삼성종합기술원이라는 기업연구소에 입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어떤 장점들이 특히 매력적이었나요?

A. 제가 회사를 알아봤던 해는 1998년입니다. 이 때는 아시다시피 우리 나라가 IMF체제였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는 곳이 많지 않던 시절이랍니다.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병역특례를 알아보던 중 제가 하고 싶은 일과 가장 연관이 있는 삼성종합기술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서장님이 굉장히 좋으신 분이셔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었고요.

제가 영어에는 자신이 있었고 덕분에 회사 입사하고 4달 지난 다음부터 혼자 ITU표준 출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미국에 계신 교수님을 비롯해서 사람들을 사귈 기회가 많았고, 아직까지도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분들께 연락할 때는 답장조차 못 받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들 저희 일에 관심이 있어서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2001년부터는 이런 세계적인 권위의 교수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4세대 이동통신 연구를 시작하면서 좋은 결과들을 많이 내게 됐어요.

Q. 그렇다면 선배님께서 병역특례를 마치고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유학은 5년 동안 병역특례를 마치고 2004년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에 회사에서 하던 일이 재미있었지만 이 일이 평생 할 일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또 국내외로 다른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제가 모르는 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주변 분들과 상의를 해 보니 Stanford University가 학문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영향력이 큰 곳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ITU표준화 일로 출장다닐 때 알게 된 Stanford University의 John Cioffi교수님 실험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전공은 통신신호처리 및 정보이론이었는데,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수학과 엔지니어링이 조화된 전공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어서 그런지 박사과정 동안 연구성과가 유달리 좋았습니다. 박사학위도 3년 만에 받았고, 학교 내/외에서 논문상과 같은 상도 많이 받았을 뿐 아니라 제가 했던 일들 중 일부는 Stanford University등의 학교들에서 가르치는 강의내용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여러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후 2007년부터는 다시 삼성종합기술원에 돌아와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일하고 계신 삼성종합기술원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또 종합기술원이 어떤 사람들에게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A. 삼성종합기술원은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의 중앙 연구소입니다. 통신/신호처리/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재료/생물/에너지 등 공학 전반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이 곳은 5-10년 뒤 삼성에서 할 신규 사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4G 통신을 시작한 때가 2000년 이었고, 드디어 2010년에 사업이 시작하고 있거든요. 연구소나 대학에서도 그렇지만, 기업체에서는 특히 10년이란 먼 미래를 보고 연구를 진행하는 곳이 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융합연구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기도 합니다.

반면에 저희가 연구하는 것은 5-10년 정도가 지나야 겨우 상용화가 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적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스스로 동기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은 긴장감을 잃기 쉽기에,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저희는 주로 외국기업, 해외연구소와의 협력연구사업이 많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이 좋을수록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술원은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 사업 영역과 다른 곳을 봐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DMC 연구소는 계속 통신을 연구하면 되겠지만, 기술원은 삼성의 미래사업영역이 바뀌기 때문에 자신이 전공한 내용과 다른 것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지 않은 사람은 기술원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현재 동문께서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십니까?

A. 제가 주로 하고 있는 일은 근거리 통신입니다. 관련된 Chip도 만들고 이런 통신 Chip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만드는 것이에요. 그 중 특히 Network Coding이라는 것을 연구하고 있어요. 보통은 Router에서 받은 Packet을 그대로 다음 Router로 전달합니다. 그런데 Network Coding에서는 Router에서 여러 Packet들에 신호 처리를 해서 다음 Router로 보내는 것이에요. 그렇게 하면 통신 네트워크의 효율이 증가하기도 하고 네트워크 자체가 안정화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근거리 통신 Chip에서는 저전력 설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근거리 통신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대부분 의료기기들이나 의료센서들에 근거리 통신전용 Chip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료기기/센서 시장이 앞으로 커지리라 예상하고 있고요. 이러한 시장에서는 전력 소모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요. 이러한 일들은 비단 통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분야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여,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과 충고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A.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실제로 만들어 보거나 수학적으로 증명을 해야만 해요. 예를 들어 Chip으로 만들고 Board를 떠서 실험결과를 보이거나, 수학적으로 이 방법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모든 사람들 머리 속에 기억되는 연구에요. 하지만 요즘 졸업생들을 보면 대부분 모의실험 정도만 해본 것 같아요. 모의실험을 하는 것은 논문쓰기도 좋고 결과 내기도 편하지만 결국은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머리 속에서 잊혀질 수 밖에 없어요. 이건 학계에서뿐만 아니라 산업 자체에서도 영향력이 없어요.

이 때문에 저는 KAIST 학부생들이 실제 구현과 실험도 많이 해 봤으면 좋겠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수리과학과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듣고 졸업하면 좋겠어요. 수학을 아는 만큼 세상을 모델링 할 수 있고, 모델링 할 수 있는 만큼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으니까요.

 

많은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황찬수 동문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천유상 기자 / usang2vv@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