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1985 서울대학교 학사
1985~1991 KAIST 석사 및 박사
1991~1993 벨기에 IMEC (Inter-university MicroElectronic Center) 연구소 재직
1993~1997 현대전자 메모리 연구소 근무
1997~2007.7 싱가포르 국립대학 교수
Q. 어떻게 해서 우리 학교로 오시게 되었나요?
A. KAIST에서 석사, 박사를 마치고 기업체와 연구소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립대학에 이르기까지 해외의 여러 기관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서남표 총장이 KAIST로 부임하게 된 이후, 서 총장의 비전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모교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이바지 하고자 하는 마음에 KAIST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KAIST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연구중심 대학이라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주체는 결국 ‘사람’입니다. 이런 면에서 KAIST는 우수한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좋은 시설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역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 또한 KAIST로 부임하도록 결심하게 된 큰 이유였습니다.
Q. 교수님의 전공분야와 하셨던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 반도체 소자 중에서도 가장 많이 상용화되어 있는 실리콘 분야의 공정에 대해서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에서부터 실리콘 공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으며 졸업 후 근무한 벨기에의 IMEC 연구소에서부터 현대전자 메모리 연구소, 싱가포르 대학에 이르기까지, 비록 근무한 장소는 달랐지만 근 20년이 넘도록 실리콘에 대해서 연구해왔습니다.
Q. 앞으로 주로 연구하실 분야는 무엇인지, 그 분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제 전공분야인 실리콘 공정에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실리콘 기술은 우리나라의 주류(main stream) 산업으로 경제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적인 기반 기술입니다. 기초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기술이란 점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관련 기술을 진보시켜 나가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8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초창기로서, 바야흐로 반도체 산업이 국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사업으로 부상하던 시기였습니다. 따라서 전자과, 특히 반도체 소자 분야에 관련된 밝은 전망과 비전이 있었고 그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실리콘 공정을 공부하였습니다.
사실 전기․전자공학의 수많은 분야들 중 실리콘 공정과 같은 반도체 분야를 택하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취향도 많이 작용했습니다. 이 분야가 물리, 전기, 재료 등과 같은 다양한 학문이 복합된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신이나 디지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실리콘 연구 분야는 실제 공정을 통해 직접적인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이 분야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은 협동심과 팀워크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공동체적 성향이 크다는 점입니다. 혼자만의 연구가 불가능하므로 교수와 학생들 모두 협력하여 같이 일해야 한다는 점이 다른 분야와 차별화되는 특성이라고 하겠습니다.
Q. 학부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현재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은 바로 국민 일인당 생산능력입니다. 개인당 생산능력이 커질수록 세계를 주도하는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사회에는 이러한 일인당 생산능력이 더욱 커지고, 선진국 후진국 사이의 격차 또한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능률의 증가로 인해 개인 혼자 생산해야하는 양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각 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양도 점점 증가할 것입니다. 요지는, 이로 인해 스트레스 관리법(stress management)의 중요성이 미래로 갈수록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이루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러한 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부생활 때부터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 중에 공부를 비롯한 실력은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그 외에 갖추어야 할 요소로는 앞서 언급했던 스트레스 관리법외에도 두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도덕성과 체력입니다. EQ, SQ로 대변되는 도덕성과 어떤 상황이 닥쳐도 꿋꿋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은 훗날 사회에 진출하여 리더가 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 관리법, 도덕성, 체력과 같은 능력의 함양은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가 학부생활 때부터 꾸준히 준비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Q. 교수님의 학부생활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A. 사실 학부시절부터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해보겠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꼭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만 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웃음) 전공 공부 이외에도 1, 2 학년 때에는 밴드활동도 했고 특히 사회분위기가 어두웠던 만큼 대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느껴 독서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준비하며 절제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였기에, 연애 등의 활동에 자신을 위한 시간을 잃지는 않았으며 스스로를 준비하는데 많이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일이란 것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는 것이기에 자기를 버텨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인 종교를 학부시절에 접하게 된 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4학년 때에는 KAIST 입시를 준비하느라 전공 공부에 열성적으로 전념해보기도 했으니, 돌이켜 보면 보람 있게 보냈다고 여겨집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여러 가지를 준비할 수 있는 학부 시절을 보냈으면 합니다.
Q. 교수님의 연구실에 적합한,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바람직한 인재 상을 말씀해 주세요.
A. 한마디로 말하자면 ‘머리는 나빠도 된다. 그러나 이기적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입니다. 즉 협동심과 희생정신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유는 앞선 질문에서 대답했듯이 저희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의 특성상 협동의 중요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희생정신은 다시 말해 손해를 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는 우리 연구실의 학생들에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처음에는 내게 손해인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이득으로 남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김광호 기자/overthecloud_3@hotmail.com
권준수 기자/jsBrai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