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7일 KEY SEMINAR에서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출신이시자, 현재 삼영기계에서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한국현 전무의 강연이 있었다. 한국현 전무는 재학 시절부터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좋은 성과로 널리 KAIST의 이름을 드높여왔다. 이번 EE Newsletter 여름호에서는 한국현 전무이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삼영기계(주) 전무이사 한국현입니다. 현재 COO 및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고, 박사를 졸업한 이후에는 삼성전자에서 10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삼성전자 근무 기간 중에 운이 좋아서 MIT Media Lab에서 1년간 Visiting Scientist라는 직함으로 파견근무를 했고, 2010년부터 3년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UX센터를 만드는 일을 맡아 주재원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UX센터를 성공적으로 셋업한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삼영기계(주)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분야가 다시 한번 바뀌었기 때문에 열심히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세계적인 강소기업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삼영기계에 대해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삼영기계는 선박 및 기차의 디젤엔진 핵심 부품(piston, cylinder liner, cylinder head, engine block 등)을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디젤엔진 핵심 부품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150년전 세계 최초로 선박용 디젤엔진을 개발했던 독일의 MAN에서도 기술력을 인정 받아 직접 핵심 부품들을 MAN으로도 납품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디젤엔진 국산화에 삼영 기계가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해 중추적 역할을 하였고, STX엔진, 두산엔진으로도 엔진 핵심부품들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조선 시장에서 1위를 하는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철도청뿐만 아니라 많은 다른 나라의 철도회사로도 수출을 하고 있으며, 간접 수출까지 포함을 하면 전체 매출의 70~80%가 수출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3개사로 구성되어 있고 매출규모는 약700억원정도의 강소기업입니다.
Q. 삼영기계의 COO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이 길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나중에 크면 제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MSX 기종의 8비트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 때는 주변기기들은 대부분 국산화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만든 주변기기들을 사게 되었었는데, 이때 결심했던 것이 나중에 컴퓨터 사업을 해서 학생들이 외제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조립PC가 나오면서 컴퓨터 사업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때 발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 다시 목표를 로봇 사업으로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전기 및 전자공학과 석 박사 과정에서도 로봇 및 지능 관련 연구들을 수행했습니다. 졸업할 때쯤 보니 제가 생각하는 로봇 시장은 열리려면 20~30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삼성전자에 들어가 전자제품을 먼저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일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제가 해야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일인지로 판단합니다. 즉,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저는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을 찾아 하는 것이지요. 삼성전자에서도 항상 그 기준으로 새로운 일들을 하다 보니 항상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의 UX센터 설립 업무를 마지막으로 이제 삼성전자에서는 새로 들어온 정말 많은 인재들이 잘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제 다음 목표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삼영기계는 제 부친께서 경영하시는 회사입니다. 아버님께서는 무에서 세계적 강소기업까지 일구어 오셨고, 최근에는 앞으로 100년 기업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이에 제 사업 목표와 아버님의 꿈을 하나의 목표로 묶기로 결심하고 삼영기계 COO로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의 제 새로운 목표는 삼영기계를 강소기업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켜 우리나라와 전세계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기여를 하는 것입니다.
Q. 최근에는 크게 어떠한 일을 하고 계신가요?
A. 요즘은 삼영기계가 미래에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영기계가 가지고 있는 강점인 기계기술과 IT 및 신기술 등을 접목시켜 새로운 기술 또는 제품을 발굴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가 원래 서로 다른 분야를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석사 논문 연구에는 로봇에 무선인터넷과 웹을 접목시켰었고, 박사 논문 연구에서는 최적화 알고리즘에 양자컴퓨팅 개념을 접목시켰습니다. 제 논문들의 현재까지의 인용수가 2,700회를 넘었으니, 새로운 가치 창출에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삼성전자에서도 많은 융합적 혁신을 성공시켰었답니다. 앞으로 제가 미래의 융합적 혁신을 이루는데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후배님들이 함께 참여해 주신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KAIST 재학 기간 동안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활동은 무엇이 있으신지요.
A. 제가 학부 3학년 말 겨울방학 때 처음으로 KAIST에서 주관하는 로봇 축구대회가 생겼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대회를 만드셔서 바로 참가 권유를 받았고, 오래 전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바로 1월부터 친구들과 팀을 구성하여 로봇축구대회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로봇축구대회가 처음 생겼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이미 만들어진 로봇도 없었고 물어볼 사람도 거의 없었습니다. 4학년 내내 실험실에서 먹고 자면서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결과 제 2회 세계 대회 때 1:1경기 종목에서 그 당시 무패 행진을 하고 있었던 MIT 졸업생들이 만든 벤처기업 소속의 Newton팀을 준결승에서 9:8로 이기는 쾌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공부하고 경험했던 내용들이 지금까지도 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 향후 후배님들은 저와 같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에 팀을 학과내의 MIRAGE 동아리로 만들었습니다.
Q.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기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점이 있으시면 무엇인가요.
A.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이 제 역량의 기반입니다. 제가 졸업한 이후 사회에서 좋은 성과로 많은 기여들을 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과가 좋다는 이야기는 KAIST에서 쌓은 역량이 매우 탄탄했다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학부 때 이론과 실험의 균형 있는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고, 그 교육 덕분에 축구 로봇도 스스로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석 박사과정에서 진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통해서도 제 역량이 많이 높아졌다고 봅니다. 또 한 가지를 이야기 한다면, 사회에서 KAIST 졸업생이라고 하면 대부분 인정을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일인데, KAIST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기대가 큰 만큼 이후에 좋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더 큰 실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Q.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과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A. 제가 대부분의 사회 생활을 삼성전자에서 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서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제 주변의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출신 선후배님들은 대부분 자신이 맡은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셨고, 항상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함께 일을 해보아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졸업생들은 일을 잘 할 뿐만 아니라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항상 믿음이 갔었던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바라보시는 이사님의 미래와, 전자공학의 미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제 미래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삼영기계를 강소기업에서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일을 반복할 것입니다. 전자공학의 미래를 제가 감히 이야기는 것은 좀 어색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공학은 자연 과학 분야와는 다르게 그 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따라서, 응용기술로 갈수록 수명이 매우 짧아집니다. 원천적인 기술일 수록 수명은 길고 파급 효과도 커진다고 봅니다. 이 논리로 보면 아마도 전자공학 내의 응용 기술들은 해당 응용 분야의 필요기술로 흡수될 가능성이 크고, 원천 기술들은 새로운 응용기술들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즉, 크게는 두 관점으로 나뉘겠지요. 모든 기술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응용기술들은 사람과의 접점으로 점점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즉, 자연스럽게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나 광의로 보면 UX(User Experience) 관점으로 수렴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원천 기술로 현재는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성이나 disruptive technology 관점으로 positioning을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애매하게 중간쯤 걸쳐있는 응용 기술들은 아마도 약화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응용 기술이라도 Enabling technology 관점 기술들은 중요도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특히, 공학 분야는 enabling technology 관점으로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카이스트 후배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A. 제가 Key Seminar에서도 말씀 드렸습니다만, 항상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을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도전이 있어야 혁신이 나오는 것이고, 혁신이 있어야 세상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님들은 모두 기본적 자질이 훌륭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도전을 한다면 세상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리고, 항상 도전할 때에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혹시 창의성을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해서 도움을 받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저에게 메일 주시면 제가 도움 드리겠습니다. 창의에 대해서는 제가 10년 이상 공부하고 고민해온 분야라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가이드를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lan Kay의 “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invent it.”말을 기억하며, 끊임없는 도전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후배님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한국현 전무이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양유진 기자/yyj268@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