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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인터뷰

최연소 KAIST 박사 이슬기 박사

지난 2월 24일, KAIST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학위수여식이 있었다. 이 날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한 사람이 있었으니, 전기 및 전자공학과 이슬기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04년 KAIST에 입학해서 학부 조기졸업, 그리고 엄청난 연구성과와 더불어 최연소 박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졸업한 이 박사는 “즐겁게 연구했을 뿐인데 최연소 박사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3월부터 유럽 최대 전자기술 연구소 IMEC 연구원으로 임용되어 KAIST를 당당히 떠난 이슬기 박사를 EE Newsletter에서 취재해 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2004년에 KAIST에 입학해서 지난 2월에 박사 학위를 받고 졸업한 이슬기라고 합니다. 유회준 교수님 연구실에서 반도체 칩 및 시스템 설계를 전공하였고, 지금은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위치한 IMEC이라는 연구소에서 웨어러블 헬스케어(Wearable healthcare)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KAIST 최연소 박사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하신가요?

A. 최연소라는 타이틀은 저도 졸업식 즈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기쁘긴 하지만, 그것보다 제가 좋은 결과를 가지고 졸업을 했다는 것이 더 기쁩니다. 학위를 얼마나 빨리 끝내느냐 보다, 얼마나 잘 끝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꾸준히 한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는 일이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구를 하시면서 힘드셨던 적은 없으신가요? 짧은 시간 동안 알찬 연구를 수행하실 수 있었던 비결과 원동력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A. 대학원에 입학했을 무렵, “다섯 번 쯤 진지하게 그만 둘 고민을 하고 나면 박사학위를 받는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졸업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면으로는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뜻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연구 분야와 실적에 대한 고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등 오랜 고민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딱 그만큼 고민하고 나니 졸업을 하게 된 느낌이네요.

이러한 갈등과 고민을 이겨내고 연구의 길을 끝까지 가게 했던 원동력은 아마도 뚜렷한 목표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일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대학원 생활이 고되고 힘들어도, 논문을 발표할 때의 짜릿한 성취감과 학회에서 사람들 만나는 것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달콤한 성취의 열매를 한 번 맛보았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계속 연구를 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고, 또 그 결과를 즐기고…….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여성 이공학도로서 힘들었던 적은 없으신가요?

A. 여성이기에 힘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공계에 남성이 많은 것은 분명하고, 아무래도 이성 간에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꽤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오는 갈등은 가끔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갈등의 근본 원인은 성별이 아닌 사람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주변에 군 문제 때문에 진로가 제한되는 남자 선배들을 보면, 여성이기 때문에 더 좋은 점은 확실히 있는 것 같네요(웃음).

Q. 언제 어떠한 계기로 공학도가 되고자 다짐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A. 사실 공학도가 되겠다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중학교 때 우연히 과학고 영재캠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똑똑한 친구들과 좋은 환경에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과학고에 진학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KAIST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우연히 공학도가 된 것 같네요. 운명이었나 봅니다.

Q. 박사 졸업 후 어떤 진로를 결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졸업 후 곧바로 네덜란드 남쪽의 아인트호벤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IMEC이라는 연구소에 와 있습니다. 마치 대전의 대덕연구 단지처럼 전자회사가 밀집해있는 연구단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holst centre에 속한 연구소입니다. 본사는 벨기에에 있고, 시스템 설계, 무선통신, 디지털 회로 설계 팀 등의 특정 분야 연구팀들은 이곳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2011년에 3개월 간 벨기에 IMEC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인연으로 현재의 진로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Q. KAIST 시절동안 꼭 해보고 싶었는데 못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혹은, 후배들에게 ‘학창시절동안 이것만은 꼭 해보면 좋겠다’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A. 학창시절은 나름 보람차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많이 아쉽네요. 학부 때부터 깊이 있는 학문을 하는 것도 좋지만, 넓은 시야와 관심을 유지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되지 않는 길일 것 같아요. 정말 관심 있는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것은 대학원에 와서 해도 충분하거든요.

Q. 박사님께서 추구하시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제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사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제 인생의 목표를 이루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직은 아니에요. 하지만 제게 있어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했던 지난 시간들은, 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바탕을 다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공부와 연구가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KAIST 전자과라는 곳이 밖에 나와서 보면 정말 좋은 곳인데 안에서는 때때로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자신감을 잃지 말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면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후배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더 넓은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은 이슬기 박사. 유럽에서의 성공적인 연구를 기원하며, 향후 훌륭한 성과를 거두어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의 위상을 드높이고 많은 후배들에게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이슬기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김원희 기자 / k20090196@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