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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콤 대표 이사 고정훈 동문

한 분야에서 일등 기업이 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일등 주자라고 해도 그 분야의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여기 90% 의 점유율, 다시 말해서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작지만 알찬 기업이 있다.

㈜루미콤은 새롭게 생겨난 이동통신 중계기용 디지털 광 전송 모듈 분야에서 국내 기술의 표준을 선도한 원천업체이다. 현재 KTF WCDMA 는 65%, KT WiBro 는 90%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디지털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SKT에도 다양한 광 전송 모듈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 중계기망에서 주요 기술로 적용될 예정인 DPD Amp를 위한 신호처리 모듈과 WCDMA, WiBro ICS 신호처리 모듈을 성공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루미콤은 광 전송 모듈 분야와 더불어 중계기 신호처리분야에서도 주요 공급업체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동통신분야 외에 군 전술 종합정보통신체계(TICN) 탐색개발사업 중 다대역 다기능 무전기(TMMR) 모뎀 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국방산업분야에서의 사업영역도 넓혀 나가고 있다.

루미콤의 고정훈 대표 이사와 정의림 박사 책임 연구원이 인터뷰에 참여해주었다. 최근 전자신문에도 관련 기사가 실려 사무실이 자못 분주해 보였다.

Q. 대표 이사님께서 KAIST 를 졸업하시고 루미콤을 설립하기까지의 약력을 간단히 소개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2000년까지 ETRI 에서 18년 정도 근무를 했었습니다. 근무하는 동시에 KAIST 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하여 1998년에 졸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티’ 라는 회사의 연구소장을 역임했었습니다. 당시 코스닥 상장도 했던 기업이었는데 지나치게 과감한 투자로 인해 잠시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팀 구성원들이 주축이 되어 다시 도전을 했고 그것이 지금의 루미콤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Q.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A. ETRI 라는 조직이 워낙 거대하다 보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에만 능동적으로 매진 하기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조직에 몸 담고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기 연구보다는 조직 관리에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하루에도 여러 개의 내, 외부 평가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창업을 하게 되면 이런 여러 가지 번거로움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곧 행동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창업 초기에는 상황이 어려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창업이라는 결정에 후회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Q. 동문 창업관에서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요?

A. 정확히 말하자면 시작은 다른 곳에서 했지만 이내 동문 창업관에 입주 하였습니다. 동문 창업관은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주는 곳으로 주위 환경과 여러 가지 여건이 벤처 기업에 유리합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KAIST 와 가깝기 때문에 응집 및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생각합니다.

Q. 루미콤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루미콤의 비전은 ‘유무선 통신 기술 분야 에서의확고한 리더’ 입니다. 그리고 이미 중계기 분야에서는 비중 있는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루미콤의 목표는 ‘규모에 치중하기 보다는 알찬 회사가 되자’ 는 것입니다. 많은 벤처 기업의 경우 일단 규모를 키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그것에 주력하는데, 저는 먼저 내실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힘쓰다 보면 규모는 필요에 따라 커질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사업 분야가 블루 오션에 해당합니까? 아니라면 루미콤 만의 강점은 무엇이 있습니까?

A. 블루 오션이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루미콤의 기술력이 워낙 독보적입니다. 이동통신 중계기 분야는 아무리 자본이 풍부해도 기술이 없으면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이동통신 중계기용 디지털 광 전송모듈에 대해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동통신에는 기지국이 필요하고 기지국이 담당할 수 없는 음영 지역은 중계기가 담당하게 됩니다. 이 기지국과 중계기가 연결되는데 그 연결에 주로 광 모듈이 사용됩니다. 또 다른 경쟁력으로는 대덕 단지 내의 ETRI 와 KAIST 에서의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 중 주로 핵심 모듈만을 개발하고 나머지는 외주 생산을 함으로써 효율적인 회사 운용을 한다는 점, 그리고 효과적인 고객 대응과 영업을 위해 수도권에 지사를 운용한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Q. 공학도 출신 CEO 가 가지는 특징이 있다면?

A. 거대한 회사를 경영해 나가는 데에는 공학도 출신 CEO 가 불리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벤처 기업과 같이 규모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한 조직이라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루미콤과 같이 개발 위주의 사업을 하여 기술 인증을 받으면 판매 권리를 가지고 제품 생산은 외주를 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회사에서는 CEO 가 회사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기 때문에 공학도 출신 CEO 에게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Q.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하나 선택한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A. 회사 운영하는데 겪는 당연한 어려움, 영업망 구축이라거나 그런 일반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 없었습니다. 초기에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성질의 기업도 아닌데다가 기술력이 독보적으로 뛰어나다 보니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루미콤은 투자를 전혀 받지 않는 기업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빚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요. 그만큼 소신있게 운영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가장 보람 있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A.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 분야 시장 전체를 점유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광통신 분야의 국산화 비율은 상당히 높습니다. 제가 ETRI 근무 당시 개발했던 것들이 현재 우리 나라 전역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중계기에서 가장 비싼 것이 amp 이고 그 다음이 광 모듈인데 현재 광 모듈은 대부분 루미콤의 제품을 쓰고 있습니다. 루미콤 같은 중소 기업이 큰 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만큼 보람 있는 일은 없습니다.

Q. KAIST 학생이 창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 드립니다.

A. 그 점에 대해서는 제 경우가 적합한 예가 될지 잘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저는 학생 창업을 했다기 보다는 ETRI 라는 곳에서 근무를 하면서 창업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경우 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다음 내용은 정의림 박사 책임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였음) 제 주변에는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한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일정 기간의 회사 생활을 경험한 후에 창업을 하더군요. 벤처 기업이나 대기업에서 회사가 어떻게 운영되고 돌아가는지를 배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회사 경험 없이 창업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KAIST 학생의 경우에는 박사 학위를 하고 회사 경험을 쌓은 다음에 창업을 해도 창업자로서는 상당히 어린 나이에 속합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회사에 들어가서 안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창업을 한 다음에 아이템을 찾는 것보다는 성공할 것 같은 아이템을 찾은 후에 창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각자 성향에 따라 도전 정신이 좀 더 강한 학생도 있을 것이고 안정된 환경에서 실력 발휘를 하는 학생도 있을 것 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주어진 길만 단순히 따라가기 보다는 진지하게 자신만의 길을 한 번 고민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십시오.

A. 개인적인 목표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계속하여 알찬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이 분야에서 ‘괴물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괴물 같다는 말은 다른 경쟁사가 손을 들었던 여러 사업에 적기에 착수하여 적기에 완성시키는 문제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업 상으로의 목표는 이동통신 중계기 분야에 주력하면서 고급신호처리 쪽의 사업을 확장하고 군사용 무전기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입니다. 군사용 무전기는 아마도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모델 개발이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군수 장비 사업에는 민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단순히 ‘외국에서 제일 좋은 것을 사오면 되는 것 아니냐’ 는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사실상 외국에서도 자국의 첨단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한참 지난 옛 모델만을 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능력이 각 국가들에 필수적인데 이런 의미에서 루미콤의 무전기 사업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루미콤은 2006년, 2007년 두 해 동안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 해에는 100억 원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2년까지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핵심사업인 이동통신중계기용 디지털모듈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을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의 발굴을 지속적으로 실천할 것이고, 협력회사와의 공동개발을 통한 제품개발로 해외수출시장 진출 등에 힘 쓸 것 입니다.

Q.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A. 저는 졸업한지 꽤 오래 되어 제 이야기보다는 정의림 박사의 말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음 내용은 정의림 박사 책임 연구원의 말을 인용하였음) 요즘 학생들은 알아서 잘 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자기 인생을 자기가 잘 설계하는 것 같아 보이더군요. 단지 분위기에 휩쓸려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지 주위 친구들이 다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연속적으로 이수한다고 하여 충분한 고민이 수반되지 않은 채 자기도 그 과정을 따라간다는 것은 어떤 측면으로 보자면 시간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론이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필요한지를 확실히 체감할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체감이 학업을 좀 더 진지하고 제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좋은 동기가 됩니다. 너무 한 자리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정적으로 머물지 않고 스스로가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계기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공부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